미국.멕시코 17

'죽음의 열차'에 오르는 자들

작곡가 지성호 2017. 6. 26. 12:02

심한 가뭄으로 아프리카의 사바나같이 산천초목이 고개를 떨구고 누렇게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것들의 목말라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듯하였다. 오늘 같은 날, 김수영 시인이 찬양한 여름처럼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고 하늘의 소음이 번쩍이는장대 같은 소나기 좍좍 쏟아지면 좀 좋으랴만.

림수진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는 길, 선득선득 날선 모시옷에 목을 세우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다보니 전고가 나왔다. 중학교를 포함해 육년이나 다닌 길이지만 모든 게 낯설었다. 지난 세월이 오십 여년이니 당연하겠지만 철길 건널목도 없어지고 개울도 없어졌다.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고향집 대청마루처럼 좀 허룩하고 묵은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성황당 로터리를 지나 12시 방향으로 가라해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목적지부근에 도착했다고 내비에 상주하는 아가씨가 말씀하신다만 어디를 봐도 부니엘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차를 댈만한 골목길에 주차를 하니 평상에 앉아 하릴없이 부채질하던 할머니 두 분이 나를 빤히 바라보셨다. 주차했다고 뭐라 하시려나 주춤거리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자동차 문을 여니 달궈진 시멘트 길에 찐득하게 녹아있던 열기가 훅하고 달려들었다. 골목길을 벗어나 카페라는 세련된 단어에 부응하는 건물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눈에 띠는 건 1970년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건물들뿐이었다. 옛날엔 진안을 갈려면 꼭 거쳐야 했던 길이니 분명 지나쳤을만한데 처음 와 본 동네처럼 난감하였다. 성황당 고갯길을 올라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맞닥뜨린 이름도 예쁜 백련시래꽃! 그 이층엔 부니엘 카페! 반가울 수밖에....

 

'죽음의 열차'에 오르는 자들

<미국을 향한 라틴아메리카 이주자들의 실태

                                  멕시코 꼴리마 대학 교수 림수진


죽음의 열차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2차 대전 때 아우스비치 수용소로 실려 가는 유태인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문아경선생님이 페북에 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열차 지붕까지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 영락없는 6.25 피난민들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열차 지붕에 올라탄 저 사람들은. 그리고 죽음의 열차라니?

지금부터 전개되는 얘기는 림수진 교수의 강의 내용을 그의 논문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이주, 폭력, 마약의 상관관계 (Migration, Violence and Drug in Northern Triangle of Central America)를 참고하여 정리한 것이다.




멕시코 남쪽으로부터 북쪽을 향하는 화물 열차 지붕에 올라탄 채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주하는 사람들이 멕시코를 관통하면서 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동수단이다. 이들이 미국을 향해 가는 여정 중 맞닥뜨리는 현실이 지독히도 참혹하기에 죽음의 열차라는 이름 외에도 야수혹은 괴수라 불리기도 한다. 2010년을 전후하여 이들을 둘러싼 실상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세간의 놀라움과 충격을 불러일으켰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죽음의 열차에 오르는 이들 대부분은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라 불리는 3개 국, 즉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국적자들이다.



이들의 루트는 짧게는 1000km에서 길게는 3500km에 이른다. 가장 짧은 루트는 대서양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고 가장 긴 루트는 멕시코 중앙고원까지 올라온 후 태평양쪽으로 서진하여 태평양 연안을 따라 미국을 향해 가는 여정이다. 





대서양 루트 건 태평양 루트 건 이들은 통상적으로 멕시코 남쪽 국경을 통과 한 후 다시 북쪽 국경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 평균 10회 이상 다른 기차의 지붕에 올라야 한다. 북쪽 국경을 향해 가는 여정 가운데 더위와 추위, 배고픔과 갈증, 졸음과 약탈, 납치와 강간 등과 같은 상황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된다.


               




죽음의 열차에 올라 탄 채 미국을 향해 가는 이주자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기관에서도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매년 4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계산된다. 이들 중 멕시코를 무사히 관통하는 수는 약 20만 명 정도이고 다시 이들 중 멕시코 북쪽 국경을 통과하는 이주자들은 약 4만 명 정도로 계산된다. 10% 정도의 성공률이다.

멕시코와 미국을 가르는 국경은 이주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진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해마다 그 수에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긴 했으나 세계 다양한 이주 유형 가운데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곳이었고, 역사적으로도 끊임없이 이주가 이루어진 지역이다. 연구 뿐 아니라, 문학작품과 영화, 음악, 미술 등이 이를 배경으로 만들어지고 쌓이면서 하나의 전형적인 현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사이 기존의 이주 패턴과 전혀 상이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던 멕시코인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대신,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라 불리는 세 나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출신들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죽음의 열차에 오르는 자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주자들의 연령과 성별, 그리고 이주 이유가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멕시코 국적의 성인 남성 이주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10년 사이 이주자들의 국적이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3개 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여성 혹은 가족 단위 이주가 증가할 뿐 아니라 미성년 단독 이주 또한 급격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이 포착된다.

본 강의는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에 속하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이르는 이주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이주자의 성별과 연령구성 변화에 주목한다. 그간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을 향해 가는 이주에 대한 접근은 미국의 흡인요인, 분명하게 미국과 이주자 본국의 경제 수준 차이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20세기 후반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그리고 니카라과에 한해서 내전 기간 동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의 이주가 비교적 쉽게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냉전시기 정치적 요인이 고려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 세 나라 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각 국에서 미국을 향한 이주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경제적 상황으로 분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각의 견지는 2010년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로부터 이루어지는 이주 현상과 이주 패턴 변화를 설명하는데 한계를 갖는다. 2001년 이후 강화되기 시작한 국경 감시는 오바마 정부를 거치면서 멕시코 남쪽 국경까지 확장되었고,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 측의 흡인 요인이 약화되었다. 미국으로의 이주 과정 뿐 아니라 미국 내 불법 이주자로 살아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이들이 미국을 향해가는 여정 가운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멕시코의 치안도 2006년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이들이 이주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극대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 강의는 최근 미국을 향한 이주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이들 세 나라에서의 배출요인에 집중하여 이주 증가 현상과 이주자들의 성별, 연령 등과 같은 사회적 지표 변화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과연 어떤 요인들이 이들로 하여금 죽음의 열차라 불리는 화물차 지붕에 올라타 멕시코를 관통하여 미국에 이르게 할까? 본 강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첫째, 중아아메리카 북부 삼각지대에서 미국을 향해 가는 이주에서 최근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둘째, 가장 큰 배출요인으로 언급되는 해당 각 국의 폭력 양상과 기원을 분석한다.

셋째 해당 지역에 폭력이 극대화되는 요인으로 멕시코 마약 카르텔 조직과의 연계에 대해 분석한다.

 

 

1. 이주

2016년 기준 미국 내 라틴계 이주자 중 가장 큰 국적 집단은 단연 멕시칸이다. 전체 라틴계 이주자 중 63%를 차지한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접해 있는 지리적 잇점이 가장 큰 요인이고 역사적으로 미국 내 일부 지역의 뿌리가 멕시코 영토였던 사실과 두 국가 사이의 확연한 경제적 차이가 작용한 결과다. 이렇듯, 미국을 향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이주는 단연 멕시코 사람들이 주류였다. 특히 멕시코 북쪽 국경에서 미국을 향해 이루어지는 육로를 통한 이주에서는 멕시코인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사이 멕시코인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라 하는 3개 국 사람들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변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고자한다.

 

1) “을 향한 이주와 멕시코 남쪽 국경

멕시코나 중앙아메리카 국가에서 미국은 흔히 북쪽혹은 이라 불린다. 요즘으로선 상상이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미국이 멕시코와 접한 국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것은 1990년대의 일이다. 그 이전에도 물론 국경 수비와 감시가 있긴 했지만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허술한 상황이었기에, 멕시코나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에서 미국을 향한 이주는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고 일상적이었다. 이는 멕시코의 남쪽 국경에서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의 남쪽 국경은 북쪽 국경에 비해 훨씬 짧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국경으로서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통제 없이 이루어진 곳이다. 특히 멕시코 남쪽 치아빠스 주의 농업 부문에서는 농업주기에 따른 과테말라 사람들의 계절이주가 필수적인 곳이다.


                    

          

 

상시적으로 양국 이민국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져왔지만, 역사적으로 크게 네 번 정도의 이주 증가 패턴이 있었다. 첫째 20세기 후반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이 내전을 겪던 시기다. 특히 1960년부터 1996년까지 비교적 길었던 과테말라 내전 시기 동안 약 4 만 명 정도의 과테말라 사람들이 멕시코로 피난했다. 주로 과테말라 북쪽 지역 사람들이었다. 두 번째는 1990년대 중미 국가들 내전이 끝난 후 각 국 경제가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멕시코로의 이주는 이들이 기아빈곤을 피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었다. 대부분이 농업노동자로 이주하였다. 세 번째는 20세기 후반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1998미치Mitch”로 인한 이주다. 당시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에 심각한 타격이 이루어진 직후 멕시코를 향한 이주가 증가하였고 멕시코 정부가 이를 인도주의 차원에서 받아준 경우다. 마지막 이주 증가 유형은 본 논문에서 주목하는 2010년 이후 멕시코를 관통하여 미국에 이르기를 원하는 통과이주의 급격한 증가 현상이다.

멕시코가 남쪽 국경에 처음으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1993년이다. 당시 미국, 캐나다와 더불어 NAFTA 가입을 앞에 두고 이주 문제를 염두에 둔 미국 측 권고 사항으로 남쪽 국경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역사적으로 남쪽 국경은 북쪽 국경에 비해 훨씬 느슨했던 상황에서 국경 곳곳에 설치된 이민국 사무소는 일차적으로 중앙아메리카에서 멕시코를 향해 들어오는 불법 이주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목적이었지만, 2000년 이후로도 이 지역에서의 이주는 감시와 통제 밖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멕시코 내에서도 남쪽 국경은 북쪽 국경에 대해 전혀 관심 받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2) 이주 증가

이주와 관련한 대부분 기관과 연구에서 한계로 언급하듯, 멕시코를 통과하는 이주자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구할 수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 연간40만 명에서 50만 명의 이주자들이 멕시코를 거친다고 조사된다. Rodriquez(2016)에 의하면 멕시코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질러 미국을 향해 가는 여정 중 약 33%가 멕시코 내에서 이민국 INM에 의해 잡히고 56%는 미국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미국 측 국토보안부에 적발되며 11%만 멕시코 남쪽 국경과 북쪽 국경을 넘어 미국에 입국하게 된다. 낮은 성공률이다. 또한 멕시코를 통과하는 동안 심각한 수준의 폭력에 노출되는데, 이주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빈번한 폭력은 약탈, 납치, 강간 등이다.

2010년 이후 중앙아메리카 북부 삼각지대라 불리는 3개 국에서 멕시코를 관통하여 미국에 이르는 이주에 대해 멕시코와 미국 정부 뿐 아니라 이주의 인권 관련 기관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이들이 멕시코 내에서 이동 수단으로 택하는 방법이 죽음의 열차라 불릴 만큼 참혹하기도 하려니와 이들의 숫자가 2011년 이후 급속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멕시코의 북쪽 국경, 즉 미국 국경에서 국토안보부와 이민국에 의해 잡히는 이주자들 대부분이 멕시코 국적자였지만, 중미 3국 출신자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2014년에는 급기야 멕시코인을 능가하게 된다(1).

 


1. 2000년 이후 미국 Southwest국경에서 잡힌 이주자의 국적 구성 (멕시코인/비멕시코인 구분)



 

연도

전체 건 수

멕시코인

비멕시코인

멕시코인 비중

비멕시코인 비중

2000

1,642,679

1,615,081

28,598

98%

2%

2002

919,809

901,761

28,048

98%

2%

2004

1,139,282

1073,468

65,814

94%

6%

2006

1,071,972

973,819

98,153

91%

9%

2008

705,005

653,035

51,970

93%

7%

2010

447,731

396,819

50,912

89%

11%

2011

327,577

280,580

46,997

86%

14%

2012

356,873

262,341

94,532

74%

26%

2013

414,397

265,409

148,988

64%

36%

2014

479,371

226,771

252,600

47%

53%

2015

331,333

186,017

145,316

56%

44%

2016

408,870

190,760

218,110

47%

53%


자료: U.S. Costums and Border Protection 해당 연도 통계; U.S. Department and Homeland Secrit


y Inmigration Statistics Yearbook 해당 연도 통계


 

1은 미국의 Soutwest국경에서 국경 수비대에 잡힌 이주자 수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991~2008)

 

 

 

(2000~2016)

 

    

멕시코인과 비멕시코인으로 구분하여 분류하였는데, 비멕시코인의 경우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3국 출신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1에서 보여지듯이, 2010년 이후 미국 Southwest국경에서 잡히는 비멕시코인 이주자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도 그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경우 90% 이상이 멕시칸이었지만 2010년 이후 멕시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중미 3국 출신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현상을 표 1을 통해 볼 수 있다. 특히 2014년은 멕시코 정부가 남쪽 국경 감시 강화를 위한 남쪽 국경 플랜Plan Frontera Sur”을 발효하면서 결과적으로 남쪽 국경으로부터 북쪽 국경에 이르는 여정이 훨씬 어려워지지만, 미국 국경에 이르는 중미 3개국 출신 이주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3) 아동과 여성 이주 증가

죽음의 열차라 불리는 이동 수단의 참혹함과 이주 여정 가운데 맞닥뜨리는 현실의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사이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로부터 미국을 향한 이주는 오히려 증가해 왔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에 더불어 더 심각한 사실은 이주자들의 연령이 낮아진다는 사실과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가족단위 이주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 4-5년 사이 어른과 동반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향하는 미성년 아동 이주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미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위기Humanitarian Crisis”라 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성년 아동 이주 증가는 미국 국토안보부가 이들을 임시로 보호하기 위한 시설 입소 건 수를 통해 확인된다(2).



2. 미성년 이주자가 미국 국토안보부 보호 시설에 입소하는 건 수

 


연도



2003


2005


2007


2009


2011


2012


2013


2014


건 수


4,792


7,787


8,212


6,092


7,120


13,625


246,68


57,496


자료: BBVA, 2015

 

미성년 아동 이주의 빠른 증가는 2010년 이후부터 감지되는데 ,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열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46월 미국 국경에서 국경수비대에 잡힌 미성년 아동 이주자 수는 57천 명에 달했고, 미국 이민국은 연말까지 9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멕시코를 통과하는 이주자들의 연령이 낮아지는 현상은 미국 국경 뿐 아니라 멕시코 남쪽 국경에서 잡히는 이주자들의 연령구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3).



3. 멕시코 남쪽 국경에서 잡히는 미성년 아동 이주자 연    

     

 령 구성 변화

 


연도


0-11


12-17


잡히는 아동 건 수


2012


18.9%


81.1%


3,223


2013


19.5%


80.5%


5,424


2014


38.7%


61.3%


10,763


2015(상반기)


36.6%


63.4%


4,898



자료: IMDOSOC, 2016 ; BBVA, 2015


 

 

3은 멕시코 남쪽 국경에서 이주 중 잡힌 미성년 아동 이주자의 연령 구성을 보여준다. 3에서 보여지듯 불과 3-4년 사이 0-11세 사이의 이주자는 전체 미성년 이주자 가운데 18.9%에서 36.6%까지 증가하였다. 멕시코 남쪽 국경에서 잡히는 미성년 아동 이주자의 95% 이상이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출신임을 감안한다면, 미성년 아동 이주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현상은 곧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3개국의 현상으로 좁혀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국토안보부 국경 수비대에 잡히는 미성년 이주자 국적 구성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4)



4. 미국 국토안보부 국경 수비대에 잡히는 미성년 이주자 국적 구성 (단위: %)

 


연도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과테말라


5.7


8.2


9.8


15.7


20.8


24.9


엘살바도르


6.3


10.4


8.7


13.6


15.5


23.9


온두라스


5.0


5.5


6.1


12.3


17.4


26.6


멕시코


83.0


74.5


73.8


57.3


44.5


22.8


기타

 


1.3


1.6


1.2


1.8


1.8


전체 (%)


100


100


100


100


100


100


전체(건 수)


19,418


18,411


15,949


24,403


38,759


68,541


자료: BBVA, 2015

   

42009년부터 2014년까지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 미국 국경수비대에 의해 잡힌 미성년 아동 이주자의 국적 구성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 3-4년 사이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3개국 출신의 아동 이주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성년 이주자의 절대적 건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멕시코 아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반대로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출신 아동의 비중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성년 이주 증가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가족 단위 이주의 증가다(5).



5. 미국 안보부 Southwest국경 수비대에 의해 잡히는 이주자들의 이주 단위 형태 (단위: 건 수, %)

 


연도


2012


2013


2014


2015


2016


성인 단독

 


360,783 (87%)


342,385 (72%)


251,525 (76%)


271,504 (66%)


미성년 단독


24,403


38,759 (9%)


68,541 (14%)


39,970 (12%)


59,692 (15%)


가족



11,116


14,855 (4%)


68,445 (14%)


39,838 (12%)


77,674 (19%)


총계


356,837


414,397 (100%)


479,371 (100%)


331,333 (100%)


408,807 (100%)


자료: U.S.Custom and Border Protection, United State Border Patrol Southwest Family Unit Subj


ect and Unaccompanied Alien Children Apprehension Fiscal Year 2016


 

5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 미국 측 국경 수비대에 잡힌 이주자들의 유형 구분이다. 성인 단독 이주는 지속적인 감소 경향을 보이는 반면, 미성년 단독 이주와 가족 이주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족단위 이주 증가는 이주자 성별 구성에서 여성 비중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동과 여성이 죽음의 열차에 오르는 참혹한 이주 대열에 참여하면서 미국은 중앙아메리카 북부 삼각지대 3개 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주에 합류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머물러라 캠페인Campaña ¡Quedate!”을 전개하는 동시에 죽음의 열차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3개 국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교황청에서도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이주의 참혹함에 우려를 표하며 각 국 교회를 통해 머물러라캠페인을 지원했다.

 

3. 폭력

2014멕시코 정부가 남쪽 국경 플랜 Plan Frontera Sur’을 통해 해당 국경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사람들의 이주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중미 3개국 출신 이주는 급격히 증가했고 더 심각한 상황으로 아동과 여성 이주 그리고 가족단위 이주가 증가하고 있음을 앞 장에서 확인했다. 과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의 흡인요인은 분명히 감소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미국을 향한 이주자 수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국가들로부터의 이주가 급증하고 있다면, 출신국에서의 배출요인에 무게를 두고 봐야한다.

중앙아메리카 3개국 이주자들이 멕시코를 통과하면서 맞닥뜨리는 참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를 거쳐 북쪽 미국을 향해가는 가장 큰 이유는 폭력이 난무한 자국 내 실상이다. 2014년 절정에 달한 미성년 아동 단독 이주의 경우 그들이 답한 이주 원인 중 60%가 자국 내 폭력조직에 의한 위협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BBVA(2015)가 행한 조사에 의하면 아동 단독 이주의 원인 중 48.6%가 폭력의 위협, 29.2%가 경제적 이유, 그리고 22.2%가 미국에 가 있는 가족과 상봉하기 위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연구가 수치 상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둘 다 해당 지역의 폭력조직에 의한 신변 위협을 제 1요인으로 꼽는다. 구체적으로 보자.

1) 살인율

통상적으로 한 지역에서 폭력의 정도를 재는 일반적 척도는 인구 10만 명 당 살인율이다. 현재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3개국 폭력 정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6).


6. 2014년 각 국 살인율 (단위: 10만 명 당 건 수)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미국


라틴평균


세계평균


64


31


75


16


5


23


5.3

 

자료: 세계은행 살인율 통계 http://datos.bancomundial.org/indicador/VC.IHR.PSRC.P5?view=chart

 

62014년 중미 3개국 살인율을 보여준다.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년 중미 3개 국가는 세계 10대 최고 살인율 국가 중에서도 수위를 차지한다.

       

 

     

2015년 한 해에만 이 세 나라에서 17,422명이 살해되었다. 3개 국 인구 수 합이 3천 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 폭력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해마다 순서에 변동이 있긴 하지만, 이들 세 나라 모두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나라로 평가되는데는 이견이 없다. 엘살바도르는 2015년 살인율이 103명을 기록해 세계를 놀래켰고 온두라스 북동부 해안 지역 대표도시인 San Pedro Sula에서는 201510만명 당 살인율이 489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특히 온두라스의 경우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살인율이 90명 이상이었는데, 그에 비해 살인 사건이 기소되고 범인이 검거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과테말라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살인비율은 앞의 두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이 나라 역시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살인율이 50명 가까이 솟기도 했다.

엘살바도로의 경우 20101월부터 4월 초까지 약 석달 동안 살해된 경찰 수가 1200명을 넘어서자 결국 카톨릭 교회와 정부가 나서서 2012년 해당 국가의 폭력 집단과 휴전을 협의하게 된다. 실제로 휴전이 유지되던 2013년과 2014년 사이 살인율을 45%나 끌어내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휴전이 끝나자 다시 엘살바도르에서의 살인율은 극에 달하는데, 하루 평균 16명이 살해 되었고, 같은 해 8월에는 하루 평균 40명 이상이 살해되는 참극이 벌어졌다. 20151월부터 8월까지만 3,828명이 살해되었고 이 중에는 경찰 42명과 군인도 16명이나 포함되었다.

이처럼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살인이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살인율이 이 지역에서 과거와 다른 이주 패턴을 촉발하는 제 1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지역 폭력의 기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다음 절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2) 폭력의 기원

                          

     

해당 지역의 지독히 높은 살인율은 각 국에 근거를 둔 폭력조직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다. 해당 각 국 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엔, 그리고 각종 기구와 언론이 높은 살인율과 관련하여 주시하는 폭력 조직은 MS13B18이다. 전자는 엘살바도르를 중심으로 조직을 형성하고 있고 후자는 온두라스를 중심으로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이를 좀 더 깊게 설명하자면 MS(Mara Salvatrucha) 131980년대 로스엔젤레스를 중심으로 구성된 갱 집단이다. 내전기간 동안 미국으로 이주한 엘살바도르인들이 당시 이미 거점을 확보하고 있던 멕시코계 미국인과 흑인들로 이루어진 갱 집단들을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경폭력집단이다. 처음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집단이지만, 점점 폭력집단화 되었다. Insight Crime에서는 이 조직을 아메리카대륙 전체에서 가장 잔인한 폭력집단으로 규정한다. Mara는 중미 지역에서 갱을 의미하는 은어이고 SalvaEl Salvador를 의미하며, Trucha는 숭어를 뜻하기도 하지만, 보통 교활함이나 영민함을 의미한다. 또한13이라는 숫자는 M이 알파벳 순서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의미한다. B(Barrio)18MS13과 같이 중미에서 이주한 젊은이들이 엘에이를 중심으로 만든 폭력조직이다. MS 13이 엘살바도를 근거지로 하는 반면, B18은 온드라스를 근거로 한다. 두 그룹 모두 중미 3개국 뿐 아니라 멕시코와 미국 전역에 연결망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강한 집단이다. 과테말라의 경우 두 조직이 섞여 있는 양상이다. 이 두 조직은 이미 미국 뿐 아니라 유엔도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폭력 조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 두 조직이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는 이 지역 국가들이 내전을 끝내는 시기였고, 동시에 내전 기간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에 의해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졌던 이주의 기회가 상실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나아가 미국에 이미 이주해 있던 중미 사람들의 추방이 이어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1992년 엘살바도르 내전이 끝남과 동시에 미국은 자국 내 이주자로 있던 중미 사람들 중 범죄에 조금이라도 연루가 되어있다 싶으면 추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6년에 미국 내에서 Three Strike 법과 그 시행령으로 Illegal Immigrant Reform and Immigrant Responsbility Act 1996 법령이 만들어지면서, 이주자들에 대한 추방은 더욱 가속화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날 MS 13B18로 대표되는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폭력조직은 사실 미국에서 태동하였고, 당시 미국 내 근거를 둔 폭력조직에 연루되어 있다가 추방된 사람들이 본국으로 내려와 여전히 세력을 유지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때문에 이들은 내려온 사람들Bajados’라 불리기도 하는데, 사실 본국 입장에서는 이들 폭력조직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자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수 만 명에 이르는 범죄자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각국 정부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자국 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폭력조직을 끌어안게 된 셈이다. 중미 이주자들에 대한 추방은 2000년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미국 내에서 2001년에서 2010년까지 129,726명이 추방되었는데 이들 중 90%가 북부삼각지대 출신이었다(DHS, 2010 Yearbook of Inmigrant statistic). 당시 중미 3개국이 내전 이후 정치적 경제적 혼돈기를 겪는 와중에 자국의 젊은들이 온전한 교육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고용의 기회를 얻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은 추방되어 내려온 폭력집단이 더욱 쉽게 젊은이들을 규합하며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하였다. UNODC(2012)에서는 각 국 인구 10만 명당 MS 13이나 B18조직원 수를 계산하는데, 엘살바도르의 경우 323, 과테말라가 153, 온두라스가 149명으로 나타난다. 또한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에 약 10만 명의 조직원이 있음을 밝힌다.

결국 중앙아메리카 북부 삼각지대에서 그간의 이주 형태와 전혀 다른 이주가 이루어지는 요인은 해당 국가 내 잔인한 폭력이 제 1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폭력의 기원은 내전 시기 미국에서 잉태되어졌고 내전 이후 미국에서 강제로 추방당한 자국민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최근 3-4년 사이 이 세 나라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주는 미국 측의 흡인요인보다는 폭력이라는 자국의 배출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고, 그 기원은 내전 시기 이미 미국으로부터 배태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내전 이후 경제적, 정치적 혼돈이 이어지면서 조직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폭력 양상이 잔인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4. 마약

위에서 중앙아메리카 3개 국가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이주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주자들의 연령이 낮아질 뿐 아니라 여성 비중과 가족단위 이주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국가에서의 폭력을 1차적 요인으로 분석하였다. 그러나 지금부터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각 국에 폭력 조직이 이미 1990년대부터 존재해왔는데, 왜 최근에 폭력의 정도가 더욱 심해졌으며, 그로 인한 비정상적 이주 급증이 야기되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최근 4-5년 사이에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이주 빈도와 형태에 대한 요인을 해당 지역의 폭력조직으로만 가정한다면, 이미 폭력조직이 존해했던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이주 유형이 현재와 같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폭력조직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이미 존재했음에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극단적인 이주가 일반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 내 흡인요인에 변화가 없고 오히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와 국경 감시 강화로 이주 성공률이 낮아지고 이주에 성공한다 해도 미국에서 불법 이주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임에도 이주가 급증한다는 사실은, 과거와 다른 배출 요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해당 국가마다 1차적 요인으로 작용한 폭력조직에 어떤 요인이 더해져 과거부터 존재해오던 폭력 조직이 더욱 잔인해지고 2010년 이후 극단적인 형태의 이주가 야기되는가 하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답을 200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 마약 운송 루트의 변화, 2006년 이후 멕시코로부터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 그리고 이로 인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남하와 해당 각 국 폭력조직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찾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보자.

 

1) 새로운 마약운송 통로, 중미 회랑

 

2016UNODC에 의해 발행된 World Drug Report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전체인구 20명 중 1명은 마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고, 그 중 190만 명은 중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마약 공급원은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를 중심으로 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다. 이 지역의 마약생산은 코카를 주 원료로 하는 코카인이며, 연간 최종소비국가인 미국에 670여 톤이 유입된다. 이 중 95%가 중미 회랑이라 불리는 중앙아메리카 여섯 개 국가를 통과한다. 해안선을 따라 쾌속정이나 반잠수정 같은 해상 운송 수단이 이용되고 레이다에 잡히지 않는 작은 경비행기 등이 동원되지만 육로 이동 또한 필수다.

남미에서 생산되고 제조된 코카인이 미국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그러나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이 운반통로로 부상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0년대와 90년대만 하더라도 콜롬비아에서 항공운송을 통해 카리브 도서국가나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 대 초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의 지원 하에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카르텔 세력이 약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나 멕시코까지 직접 운반하지 못하고 중미회랑 국가들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2000년대 후반 중미 회랑이 마약 운반의 주요 통로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는 이 지역에서 압수되는 코카인 양의 변화다(7).



7 중앙아메리카에서 압수된 코카인 양 (단위: kg)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17,000

16,000

12,831

31,827

27,215

35,398

71,790

97,268

96,714

90,497


자료: UNODC 2010, UNODC 2012

 

7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2000년대 초반과 후반 사이 중미 회랑 지역에서 압수되는 코카인 양은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중미 회랑에 속하는 국가들에서 마약 단속에 대한 특별한 조치나 정책 변화가 없었음에도 지속적으로 압수되는 양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 지역을 통과하는 코카인 양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2011년 이후에는 과거 해상이나 항공 운송보다 중미회랑을 통한 육로 운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UNODC, 2012).

중미 회랑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역할하는 나라는 온두라스다. 콜롬비아와 베네주엘라에서 직접 해상 운송을 통해 북동부 해안지역으로 마약이 들어오기도 하고 파나마에서 시작된 육로를 거쳐 유입되기도 한다. 특히 2009년 온두라스에서 발생한 쿠테타가 가져온 정치적 불안정은 마약 유입과 운송이 증폭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엘살바도로의 경우도 태평양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마약이 멕시코로 들어가기 전에 상륙하는 주요 거점으로 역할하고 있다. 과테말라의 경우 멕시코와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어 또한 주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되고 있는데, 특히 북동부 산악지역이 주요 루트다. 이 세 나라 모두 마약이 운반되는 거점들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살인율을 보이는 곳이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2) 폭력조직과 마약카르텔의 결합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MS 13이나 B 18등과 같은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폭력조직은 이미 1990년대부터 해당지역에 존재했었는데, 왜 이 세 나라에서 치안의 극심한 부재와 폭력 그리고 그로 인한 탈주에 가까운 이주의 증가는 2000년대 후반에 가서 일어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를 위해 앞 절에서 중미 회랑으로 불리는 지역이 2000년 이후 미국을 향한 마약운반 통로로 작용하는 과정을 확인하였고, 이 시기가 비정상적으로 미국을 향한 이주 증가 시기에 약간 선행하여 일치함을 볼 수 있었다. 이어 본 절에서는 중미 회랑 지역의 마약 운반량 증가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메카니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미 회랑 지역이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운송 주 루트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마약 운송으로 인해 파생되는 이권을 둘러 싸고 마약 카르텔들이 집중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가장 큰 변화는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들이 마약 운송 이권을 좇아 중앙아메리카 지역으로 남하한 점이다. 특히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에 속하는 3개 국가의 지리적 근접성과 정치적 불안정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남하를 더욱 쉽게 했다.

이 시기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화는 콜롬비아 카르텔과 멕시코 카르텔이 어느 지점에서 전선을 형성하며 양 세력 중 주도권 양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하는 점이다. 20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멕시코 카르텔은 콜롬비아로부터 자국으로 들어오는 마약 운송을 담당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멕시코 밖에서 전선을 형성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멕시코 내에서 지역 근거지를 달리하는 마약 카르텔들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었고 초기 미국과의 국경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마약카르텔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미국 정부는 집중적으로 콜롬비아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지원했기에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크게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시기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빠른 속도로 마약 운송에 가담하는 지역적 범위를 넒힐 수 있었고 동시에 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세력이 약해짐과 동시에 중미 회랑 지역이 마약 운송 통로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멕시코 전역 뿐 아니라 중앙아메리카 지역까지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고 중앙 아메리카 각 지역에서 조직 간 영역다툼을 통해 입지를 굳혀나갈 수 있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중미 회랑 지역에 남하한 1차적 요인은 이 지역에 마약 운반량이 많아졌다는 사실이지만, 멕시코 내부적으로 2006년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분열되거나 조직 재정비를 위한 카르텔들이 중미 지역으로 남하한 결과도 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풍선효과라 할 수 있듯이, 멕시코 정부가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200612월 이후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Los ZetasSinaloa 조직이 남하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미국 마약당국과 이민당국에서도 중미 3개국 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0년과 2011년 사이 중미 3개국 자국 언론들도 자국 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문제는 마약 카르텔과 해당 지역 폭력 조직의 결합이 가져온 결과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국가들까지 남하하여 영역과 조직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에 대한 납치와 살인이 일상화 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실제로 세 나라 모두 살인율이 높은 지역과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의해 장악된 지역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특히 UNODC(2012)에 의하면 중앙 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에 속하는 세 나라 모두 살인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 13세에서 29세 사이 연령대로 나타나는데, 이는 이 세 나라에서 이주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연령층과도 일치한다. 젊은 층의 살인율이 높은 이유는 멕시코로부터 남하한 마약카르텔들이 영역과 조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 지역의 폭력 조직과 상호작용하면서 폭력 양상과 빈도가 훨씬 가중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에 속하는 3개 국가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폭력조직의 폭력 양상이 더욱 잔인해 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멕시코로부터 남하하기 시작한 마약 카르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마약 카르텔의 남하와 함께 유입된 무기의 증가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이 지역 폭력 조직과의 결합은 해당 지역에서의 높은 살인율로 대표되는 폭력의 기폭제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5. 결론

2014년은 미국 국토보안부와 이주 당국이 그간 직면해 오던 라틴계 이주자들과 관련해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 해이기도 하다.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라 불리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세 개 국가에서 미성년 아동들이 단독으로 멕시코를 가로질러 미국 국경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다 잡히는 건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급기야 2-3세 정도의 아이들이 가족과 동반하지 않고 옷에 미국에 있는 친인척 전화번호만 적힌 채 코요테라 불리는 밀입국 중계인과 함께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명 표식된 아이들Niños marcados’이었다. 같은 해 상반기에만 5만 여 건이 넘어가면서 미국 행정부가 인도주의적 위기라 할 만한 상황이었다. 특히 멕시코를 관통하는 여정의 잔혹함을 감안한다면, 미성년 아동과 표식된 아이들이 자국에서부터 멕시코를 건너와 미국 국경에서 끊임없이 잡히는 상황은 가히 인도주의적 위기라 할 만 했다.

약속한 시간이 다 돼가지만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멕시코인이 월등히 우세했던 미국의 남서국경을 통한 이주 패턴이 2010년 이후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 출신으로 대체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원인을 분석했다. 특히 미성년 이주와 가족 단위 이주가 증가하는 현상을 포착하고 그 원인으로 해당 지역에서의 폭력을 1차 요인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2000년대 후반 이후 해당 지역에서 폭력의 양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잔인해진 원인으로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이 약화되면서 이 지역이 미국을 향한 마약 운반 주요 통로로 부상하게 되었다는 점과 2006년 이후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실시하면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이 지역으로 남하하게 되었다는 점을 주 요인으로 분석하였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2010년 이후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이르는 이주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그간 라틴아메리카 이주 연구에서 기본적 시각으로 제시되던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1차적 요인이었음을 밝혔다. 나아가 폭력의 이면에 마약을 둘러싼 콜롬비아와 미국, 그리고 멕시코를 둘러싼 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짚어보았다. 뿐만 아니라 내전 시기 미국 행정부의 중앙아메리카 이주자에 대한 정책과 내전 이후 행해진 추방 정책 등이 어떻게 각각의 요인들로 작용하며 상호 관계를 갖는지 분석하였다.


 

강의를 듣고 나서


림교수의 강의가 끝난 후 한숨이 절로 나오는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 구조적 모순을 어찌한단 말인가? 우리나라는 6,25라는 끔찍한 동족상잔의 내전을 겪었고 아직도 남과 북이 첨예한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이다. 그 리스크가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으며 근자에 촛불혁명으로 확인된 성숙된 국민의식은 보다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시민 생활의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오늘 거론된 중앙아메리카의 실상이 너무나 참담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많은 모순과 갈등 속에서도 이만해서 다행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질의응답시간에 어떤 분이 우리나라가 미국과 멀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노라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라틴아메리카의 비극은 물론 내재적 원인도 크겠지만 상당부분 미국의 패권 속에서 파생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가로서 존립하는 근거는 백성의 안위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중앙아메리카의 비극은 그렇지 못하는데 있다.

내가 직접 멕시코를 방문해서 느낀 소감은 이런 불안요인 속에서도 민중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친절했으며 얼굴을 마주하면 환하게 웃어주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일 매일의 삶이 전쟁터이지만 이네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매일 매일이 축제로 흥청거렸다. 오늘 강의한 림교수도 십여 년을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멕시코의 꼴리마 대학에서 학생들과 또한 이웃과 더불어 잘 살고 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삶의 정체는 물 빠진 저수지처럼 쉽게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올해 2월 멕시코에 사는 림수진 교수를 방문했다. 방문 여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지만 림교수를 통해 단순한 관광객이었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기록 일부분을 발췌해본다.

(원문

http://blog.daum.net/kui337/262



 

국경을 걸어서 넘다

 

미국 땅 샌디에고의 산이시도로 종점에 다다르자 멀리 산꼭대기까지 빼곡히 집들로 들어찬 티후아나가 보인다. 전후 우리나라 해방촌과 같은 모습이다. 멕도날드를 지나 멕시코 국경에 이르는 긴 통로를 걸어 들어간다. 일제를 겪고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경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대단히 비장하다. 김동환의 <국경의 밤>에는 이런 정서가 절절하게 녹아있다.


아아,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검은 순경이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그러나 멕시코 티후아나로 가는 국경에는 총을 들고 눈빛 매섭게 지키는 군인도 없고 도시의 골목길을 가듯 평범한 일상의 통로일 뿐이다. 뜨악하게 한쪽 비탈면에 족제비 비슷한 동물이 굴속에서 나와 국경을 향하는 사람들을 두리번거리고 비둘기들이 한가롭게 모이를 쪼고 있다. 이 삭막한 통로에 뭔가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인지는 몰라도 요즘말로 허접하고 썰렁하게 보인다.

이 길을 걷는 나와 아내는 내색은 안했지만 속내가 복잡했다.

 

 




내가 샌디에고를 통해 멕시코로 걸어 넘겠다고 하니까주위사람 모두가 말렸다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후 공항에서 입국거부사태가 속출하고 세계가 떠들썩한데 거길 왜 가냐는 것이었다특히 미국 교민들은 그저 말리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는 정도였다여기 영주권가진 사람들조차도 요즘 해외여행을 일체 삼가하고 관망한다는 것이다재입국이 되지 않을까봐 그렇다는 것이다하필이면 한국의 젊은 친구가 나와 똑같은 에스타 비자로 들어오다가 공항에서 억류되었고 영사신청도 거부되고 결국 인천으로 강제출국 당했다는 뉴스가 떴다우리 처남내외도 며칠을 멕시코의 온갖 부정적인 소식들을 전하며 한사코 말렸다그들을 뿌리치고 나선 내 심사가 어찌 편할 수가 있겠는가나와 아내는 상의하기를 이제 어머니도 뵈었으니 나가서 다시 못 들어온다면 미국의 짐은 처남에게 한국으로 부치라고 부탁하기로 하고 멕시코에서 우리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림교수가 있으니 어쨌든 출발하자고 결론을 내었다이럴 때 아내는 나보다 더 단호하다우린 신혼 여행 때도 하필이면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휩쓸렸었다천신만고 끝에 빠져나왔지만 아내는 위기 시에도 동요하지 않았고 심각한 결정을 내릴 때도 나보다 더 대담했다나는 말리는 처남댁에게 선언하듯 말했다인생은 어차피 모험이라고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 모험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겠다고...기막혀 하는 눈빛을 애써 못본척하고 나선 길이다드디어 다다른 막다른 골목멕시코라는 커다란 간판을 머리에 두른 회색빛 건물이 나타난다좀 빠르다 싶은 속도로 회전하는 철문을 요령껏 타고 들어간다이 회전문은 한쪽 방향만으로 돌기 때문에 한번 발을 디디면 절대로 되돌아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그래이제 내 선택은 되돌릴 수 없는거야!” 입국장에 들어선다출퇴근하는 멕시칸들은 아무 제제 없이 무리지어 빠져나가고 외국인 들은 입국심사를 받는다내가 사전에 조사한 바로는 외국인도 그냥 통과 시킨다는데 내 담당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내가 멕시코에 불체자로 있을까봐 그런가멕시코의 동선을 꼬치꼬치 캐묻고국내에서 이동하는 모든 항공 표를 확인하고 거긴 왜 가냐고 묻고 호텔의 예약권과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는 항공권까지 일일이 확인하더니 무슨 영수증 같은 종이 한 장을 반절 짝 잘라 주면서 스탬프를 꽝찍는다우리 림교수 말에 의하면 이 종이때기 잘 보관해서 출국할 때 반납해야지 안 그러면 벌금을 엄청 때린단다그렇다면 당연히 그와 같은 주의 사항을 고지해야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저의가 뭔가벌금수입을 노리는 뻔뻔한 작태라는 말인가혹시나 해서 모든 예약권을 순서대로 분리하여 폴더에 넣어 지참했으니 망정이지 입국도 못할 뻔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시

 

입국장을 빠져나오니 티후아나는 샌디에고와 완전히 딴 세상이다빨간색과 파란색의 대비처럼 달라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노점상들이 파는 음식 냄새와 먹을 것을 굽는 연기적선을 구하는 사람택시 호객꾼밀리는 차량들로 정신이 없다우린 림교수가 문자로 보내준 행동요령에 따라 무조건 입국장 앞의 혼란에서 벗어나 티후아나의 일상이 흐르는 지점에 합류하기 위해 방향을 잡는다간판도 말도 영어는 하나도 통용되지 않고 완전히 스페인어로 바꾸어 져 당장 사용할 페소를 바꿀 환전소를 찾을 길 없다뭔가 엑스체인지 비슷한 간판을 찾아 이리저리 무거운 짐을 끌고 배회해 보지만 알 길이 없다간신히 몸짓 발짓으로 환전소를 찾아 당장 쓸 100달러만 바꾸어 돌아서니 눈치 빠른 택시 세 대가 줄지어 선다어느 택시를 타야 호텔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단 말인가이제부터 내 선택여하에 따라 여행의 행불행이 결정된다아내가 가운데 택시를 타자한다선택된 기사에게 미리 준비한 호텔 주소를 보여주니 잘 안다는 제스처를 한다종이에 숫자를 써가면서 흥정을 해보지만 노련한 기사와의 기 싸움에서 이길 턱이 없다림교수가 가르쳐준 맥시멈 200페소에 흥정이 끝나고 가까스로 택시에 올라탄다잔뜩 긴장한 눈으로 차창에 흐르는 풍경을 바라본다림교수가 얘기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시다남미의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남부여대하여 개미처럼 이동한다이 행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의 국경도시 티후아나이다기차의 지붕에서수 천키로 종단로에서 이들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고난을 당한다난민들은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하위구조를 이룬다이들이 이동하는 대열에는 이들을 노리는 포식자들이 호시탐탐노리다가 이들을 낚아챈다이들은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고 온통 몸으로 고난을 감당한다여성들의 대부분은 능욕을 당한다그래도 이들의 엑서더스는 중단되지 않는다티후아나의 장벽에 막힐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모여 티후아나의 거주민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미국에 잠입할 모든 정보를 모으고 수단을 강구한다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고 일부는 기적처럼 잠입에 성공하기도 한다그들은 미국 정착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적발돼 추방당하기도 한다추방당한 사람들은 티후아나에 모여 또 다시 미국잠입에 목숨을 건다.

또 한 축이 있다마약이다거대 소비처 미국시장을 노리고 남미에서 생산된 마약이 모이는 곳이다파리 끓듯 마약과 관련된 온갖 어두운 세력이 이곳에 모여들고 거래가 이루어지고 마약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티후아나는 장벽의 도시다공항 문을 열고 나오면 길 건너 철조망을 두른 긴 장벽이 마주 보인다한국의 휴전선과 다를 바 없다미국은 장벽을 세워 이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막기 위해 안간 힘을 쏟는다막는 자와 뚫는 자의 치열함이 이 장벽에서 부딪힌다가보지는 못했지만 이 장벽의 어느 지점에선 미국 쪽과 티후아나 쪽의 가족이 서로 만나 달라를 주고받는 눈물겨운 장면을 볼 수 있단다최근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 전체에 높고 높은 장벽을 세우겠다고 호언한다그리고 그 경비는 멕시코보고 지불하라 한다현대판 만리정성이다세계의 눈이 지금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



                      티후아나 공항앞에서 바라본 멕시코 장벽. 길 건너 길게 이어져 있다


        티후아나 국경 장벽의 슬픔

천신만고 끝에 미국정착에 성공한 가족과 이산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전에 만나는 지점과 시간을 정하고 이런 방식으로 소통을 한다. 장벽을 마주하고 서로 마이크로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이다. 저 장벽에 세워진 십자가의 사연은 무엇일까?


 

강의자 림수진 교수는 누구인가?

 

내가 림교수를 처음 본 건 그녀가 대학교 졸업반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큰 안경에, 40리터쯤 되 보이는 대형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은 그녀의 모습은 한때 산에 미쳐 다녀본 안목으로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딱 산사나이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때 대학 내 고전기타 동아리에서 클래식기타에 경도되어 있었고 기타 선생님과 함께 그룹을 지어 나에게 서양음악사며 화성학이며를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정작 전공 학생들은 학점에 매여 피동적으로 공부했다면 이들은 탐구심에 불타 그 향학의 열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정도였냐면 전공학생들이 한 학기에 정해진 텍스트의 1/3정도나 겨우 공부했다면 이네들은 끝까지 독파했었으니까.

그 뒤로 서울대학으로 대학원 과정을 하러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었고 박사 학위를 끝 낸 후 멕시코 어딘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말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들었었다.

그러다 내가 놓치지 않고 챙겨보는 세계테마기행코스타리카 편에서 혹시 림교수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었는데 정말 림교수가 출연한 것을 보고 , 내가 언젠가는 림교수를 빌미로 남미 여행을 해야겠구나생각했더랬다.

그러고는 그만 이였다.

많은 세월이 흘렀고 내가 페이스북이란 걸 알게 되어 사회와 소통 하던 중 난데없이 림교수로부터 메신저를 타고 소식이 왔다.

림교수는 한국에 귀국할 때마다 의식을 치르듯 공항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여권갈피에 깊숙이 찡겨둔 만 원짜리를 꺼내 서점에서 책 한권을 사는데 그 책은 산악전문 월간지였다. 그리고 다시 멕시코로 나갈 때는 같은 방식으로 여권 속에 만 원짜리 하나를 끼워놓아 귀국할 때를 대비했었단다. 작년에도 귀국하면서 언제나 그렇듯 예의 산악잡지를 사서 읽는 가운데 놀랍게도 내가 떡 특집으로 소개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단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 숱한 책속에서 하필 그 책을, 그 중에서도 그 해 그 월에 맞춰 내가 그 잡지에 실렸고 그걸 림교수가 구입해서 읽었단다. 인연의 섭리가 놀랍지 않은가! 출판물의 위력은 이렇듯 뜻밖에 신묘한 마술을 부린다.

짐 로저스란 사람이 투자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돈벌이에 귀재인 모양이다. 사실, 그 뭣이냐 스티브 잡스랄지 이런 분야의 사람들을 나는 잘 모르고 별로 흥미도 갖지 않는다. 가는 길이 워낙 달라서 이들이 일군 신화에 별 감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폐북에서 우연히 눈에 띈 대목이 읽혀졌다.

"한국 공무원 열풍 깜짝 놀랐다, 부끄러운 일"

"사랑하는 일 찾는 청년 줄어들면 5년 안에 몰락 길 걸을 것"

짐 로저스가 jobs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란다.

"한국 청년들이 사랑하는 일을 찾지 않고 무조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만 쫓을 경우, 5년 안에 활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단다.

난 이 사람이 소유한 재산은 너무 큰 액수라서 현실감이 없지만 이 탁월한 진단만큼은 무릎을 치며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도시근교의 산자락인지라 도처에 고시원이 박혀있고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다 고시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노량진쪽으로 몰려 그나마 고시원도 한물 간 것 갔등만...하여튼,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내적명령에 따라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고시 족으로 그 아까운 젊음의 때를 썩히는지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에 비해 림교수는 자신 속에서 스스로 생성되는 내적명령에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가 쓴 책 커피밭 사람들프롤로그 부분을 발췌해 보자면

림교수는 새로운 세상, 미지의 세상에 대한 갈망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릴 적 소원이 관광버스 운전사였단다. 결국 관광버스운전사는 되지못했지만 대신 지리학을 선택했단다. 공부를 핑계 삼아 원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단다. 이쯤해서 나도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실컷 돌아다니고 싶어 고고학자를 꿈꿨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림교수는 지리학이라는 명분 있는 틀 안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며 천지사방을 싸돌아 다녔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사는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단다.

마침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정책과 함께 지역연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인문. 사회과학분야에서 지역연구에 대한 수많은 정의와 이론들이 뜬구름 잡듯 횡행할 때, 림교수 나름대로 지역연구란 일정한 지역, 땅 위에 발 딛고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시도라고 정의를 내리고는 어디로 갈 것인가?’무엇을 볼 것인가?’ 로 고민하다가 라틴아메리카로 결정했단다. “왜 하필이면?” 하고 묻는다면 그건 운명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단다. 달리 설명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지도교수가 이 턱없는 황당한 말에 동의를 해줄리 만무해서 10시간 이상 논쟁은 격렬해졌고 급기야는 감정으로 까지 대립될 정도였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림교수는 밤을 새워 열장도 넘는 긴 편지를 지도교수에게 썼고 돌아온 답장은 니 맘대로 해!” 였단다. 어찌어찌해서 코스타리카의 오지까지 찾아들어 가장 밑바닥 커피노동자들의 현장에서 그들의 땀과 노동의 고달픔에 끼어들어 곁다리 불량노동자2년간을 살았단다. 필드워커로 지내면서 나름대로 스페인어도 익히고 논문의 방향도 설계하고 싶었겠지만 축사에서 기거하며 하루 4000원 정도의 임금을 바라고 열대의 작렬하는 뙤약볕에서 커피를 따는 그들 노동자들의 고통이 너무 커, 그들 삶 앞에서 림교수의 학문적 틀이나 과학적 시도는 공소할 수밖에 없었고 망망대해의 일엽편주와 같이 표류할 수밖에 없었단다.

(한 가지, 림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 값도 못되는 커피밭 노동자들의 일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 원가의 1/300내지 1/400분량의 몫이 겨우 그들의 노임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커피 열풍이 광풍처럼 몰아쳐도 그들 막장 노동자들의 임금에는 하등 변화가 없는 모양이다)

거대 담론과 통계가 포착할 수 없었던 커피밭 노동자들의 삶을 학문의 영역으로 수렴한다는 게 쉽지 만은 안했을 터, 우여곡절 끝에 인간들의 커피열망이 코스타리카를 세계체제속에서 어떻게 규정하였고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그러니까 커피를 매개로 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이해로 논문을 쓸 수 있었고 박사가 되었단다.

2005년 가을, 림교수는 서울대학에서 막 박사학위를 받고 첫 학기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논문심사의 일원이었던 교수 한 분이 전화로 앞 뒤 설명 전혀 없이 멕시코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고 림교수 역시 앞 뒤 잴 것 없이 가겠다고 대답했단다.

알고 보니 당시 꼴리마대학교가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해 한국인 교수 한 명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였다고 한다. 재단 쪽에선 이미 여러 차례 공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없었던 것은 아마도 멕시코 하고도 지방이기도 했고 또한 스페인어로 강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그랬을 거라고 림교수는 추축한다.

림교수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땡큐베리마치하고 응했단다. 교수라는 그럴듯한 레떼르때문이 아니고 라틴아메리카 지역학을 전공한 자로서 멕시코에 있을 수 있는 여건이라면 최상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단다. 림교수에게는 멕시코가 곧 현장이었으니까.

그런 전차로 벌써 열 두 해를 멕시코 꼴리마에서 그곳 주립대학교 정치사회과학대학 교수로 살게 됐단다.

더구나 그곳 교수 사회에서 가장 명예롭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가 연구원으로도 선임되어 국가단위의 학문적 기여에도 힘을 쏟고 있음을 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림교수에게 내가 크게 배우는 게 있다. 림교수가 한국건설회사 법인장에게 했다는 말 중에 림교수가 사는 삶의 지향이 그대로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인장님,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참 재미있습니다. 내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사는데 학교에서 월급까지 주니 황송한 지경입니다. 하여, 저는 학교가 지금 주는 월급의 반절만 준다 해도 아무런 불만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오나, 당신이 제안하는 일은 내 적성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나는 당신이 지금 내가 받는 월급의 열 배를 준다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관두고 당신의 회사 사무원으로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놈의 맘몬 앞에서 비굴해지지 않는 림교수의 명확한 태도가 속 시원하다. 나중에 과나후아또에서 저녁을 같이 하며 림교수가 아주 진지하게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저 꼭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제가 이렇게 사는 모습이 미친년 널뛰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암몬, 잘살고 있고말고! 더할 나위 없다네

 

림수진 교수에 대해 더 알고자 한다면 아래주소를 클릭하시길...

http://blog.daum.net/kui337/268

 

죽음의 열차 관련 동영상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C6cYSQ9r23I

 

 

http://www.dailymotion.com/video/x2wasv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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