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문
모악산 송신탑을 옮기자]<21>작곡가 지성호씨
작곡가 지성호
2008. 6. 24. 11:23
| ||||||||||||||||||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에 16년 전 보금자리를 마련한 작곡가 지성호씨. 미련 없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모악산 자락에 손수 집을 지어 홀로 남는 외로움을 감내하면서까지 모악산에 둥지를 튼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작곡활동 때문이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자연히 창작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모악산의 숲길을 걷곤 합니다” 아무생각 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모악산정상까지 올라간 지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지성호씨는 모악산에서 느낄 수 있는 숲의 냄새가 두뇌에 알파파를 형성해 창작활동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새로운 공간으로 옮긴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하나의 모험일 수 있다. 실제로 지씨는 이곳에 집을 짓고 안정되는데 역설적으로 5년의 시간을 소비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지성호씨는 고요함과 적막 안에서 자신만의 침묵을 조용히 깨뜨리며 창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있다. 지씨의 보금자리 근처에는 지씨와 뜻을 같이하는 예술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이른바 ‘모악산 예술인 마을’이 그것. “예술인들의 공통된 성향이 남의 간섭을 싫어하고 외톨이로 지내는 것을 즐기는 겁니다. 모악산이 그 장소로 적당하죠. 같은 곳에 모여 살지만 오히려 전주시내 전시회나 세미나 등에서 자주 봅니다”
“지역단체가 서양오페라만 하면 그 단체의 정체성이 없어집니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창작오페라의 활성화가 우리의 지향점이죠. 호남오페라단이 우리 지역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지씨의 사랑은 오페라 창작뿐만 아니라 협소한 위치에 서있는 전업 작가들에 대한 관심까지 이어진다. 또한 대중예술의 확장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순수예술에 대해 지씨는 안타까운 마음도 감추지 못한다. 소비경쟁논리에 뒤져 순수예술이 대중예술처럼 자본의 노예가 되는 현실에 지성호씨는 ‘진정성이 결여된 현상’이라며,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이면서 쉽게 형성되지 않는 진정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튼튼한 사고를 키우려면 인문적 교양이 단단해야 합니다. 악기를 다루는 테크닉은 그저 강을 건너는 도구이며 강은 건넌 다음에 필요 없는 기교가 되는거죠” 깊은 사고와 생각은 커뮤니케이션의 원천이며 근간이지만 요즘 음악인들은 애써 이러한 점을 외면한다는 것이 지성호씨의 주장이다. 지씨의 작업실 한쪽엔 ‘Progress is Simplification'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가장 진보적인 것은 가장 단순한 것이란 뜻입니다. 단순할수록 긴 생명력을 지니며 우리와 영원히 함께 나갈 수 있는 진보를 포함합니다. 화려함은 순간적으로 우리 시선을 끌 수 있지만 생명력이 길지 못하죠” 모악산을 바라보며 머리를 백지장처럼 비우는 것이 때론 작곡에 큰 도움이 된다는 지성호씨. 세상의 근심과 걱정거리를 털어버리려 모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마음과 일치됨을 엿볼 수 있는 이 점은 모악산이 그동안 우리에게 어떤 존재의 가치로 존재해 왔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조석창 기자 jsc@sjb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