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가슴 쿵쾅쿵쾅…판소리 진화, 우리가 이끈다 | 호남오페라단·널마루무용단·도립국악원 | |  | 2010년 09월 29일 (수) | 도휘정 desk@jjan.kr |  |
| | |  | | (위부터)호남오페라단의 오페라 흥부와 놀부, 도립국악원의 창극 수궁가, 널마루무용단의 춤극 타고남은 적벽 (desk@jjan.kr) | |
판소리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판소리 다섯바탕이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창극과 오페라, 춤극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선형)의 창극 '수궁가'와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의 오페라 '흥부와 놀부', 널마루무용단(단장 장인숙)의 춤극 '타고남은 적벽'. 각각의 장르에서 전라북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단체들이 판소리를 새롭게 해석했다. 물론, 판소리의 해학과 풍자는 그대로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널마루무용단의 춤극 '타고남은 적벽'(10월 1일 오후 5시·8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이다. '춤으로 풀어내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이어가고 있는 널마루무용단의 네번째 작품. '적벽가'를 바탕으로 했다.
'조조'로 무대에 오르는 장인숙 단장 입장에서는 여성성 강한 아름다운 춤을 추구해 온 춤인생에서 새로운 기점이 되는 작품. 연출을 맡은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지도위원을 비롯해 새로운 스탭들과 작업했다. 장단장은 "'적벽가' 자체가 어렵고 사랑이나 효처럼 보편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준비하는 내내 그 거대한 '적벽가'를 속 시원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갈등했다"며 "여성 무용수들이 많지만 굵은 동작과 선이 살아있는 강인한 몸짓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타고남은 적벽'은 '삼국지'의 인물들이 꿈꿔온 이상과 현실을 몸짓 언어로 표현한다. '조조 군사들의 설움대목' '죽은 조조 군사들의 원조타령' '장승타령' '조조 군사 점고하는 대목'등 '삼국지'에는 없지만 동편제 박봉술 바디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야기들은 판소리 광대들이 민중적 요구를 수용해 집어넣은 더늠인 만큼 빼놓을 수 없는 대목들이었다.
연출과 대본을 맡은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지도위원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식 극장에서는 전통적인 연희 공간인 판의 느낌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무대장치의 일부와 출연진, 특히 소리꾼과 악사의 위치를 무대와 객석 사이의 공간에 위치하게 했다"며 "객석에서의 연기와 연주를 확대해 관객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자아와 '조조'의 자아가 만나는 형식이나 '조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등받이가 7m에 이르는 의자가 무너져 길이 되는 등 작품 자체가 시공간을 뛰어넘으며 굉장히 입체적이다. 음악적 완성도도 높다. 작곡을 맡은 김백찬씨는 전북 출신으로,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음악을 맡은 젊은 작곡가다.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흥부와 놀부'(10월 1일 오후 7시, 2∼3일 오후 5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는 2008년 소리축제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소리축제 10년 동안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선정돼 다시한번 소리축제 무대에 서게 됐다.
조장남 단장은 "'흥보가'를 상징과 은유가 강한 오페라로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며 "현대적 시각에서 재창조해 '뮤지컬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흥부'는 테너 이성식 하만택, '놀부'는 바리톤 김동식 장성일, '흥부처'는 소프라노 고은영 문자희가 더블캐스팅됐으며, '놀부처'는 메조소프라노 이은선이 캐스팅됐다.
하만택은 전주 출신으로 쾰른극장, 하노퍼 만하임 북퍼탈 등 유럽 주요 극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페라 가수. 국립오페라단 솔리스트 출신인 김동식과 캐릭터상 한국의 '놀부'가 이미지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장성일은 노래 실력은 물론, 개성있는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다. '흥부처'의 고은영은 서울에서 캐스팅한 가수들을 취소하면서까지 섭외할 정도로 호남오페라단이 인정하는 실력파다. 도창은 소리꾼 김금희 원광대 국악과 외래교수.
'흥부와 놀부'는 소리축제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수 전주대 교수가 대본을 쓴 작품이기도 하다. 지성호 전북대 외래교수가 서양음악에 한국음악적 요소를 결합, 우리 음악과 뮤지컬, 오페라적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작곡했다. 연출은 조승철 극단 하늘 대표. 대구에서 초대된 수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전주시립합창단, 전북CBS 소년소녀합창단, 호남춤연구회가 협연한다.
해마다 소리축제에서 창극을 선보여 온 전북도립국악원은 올해도 판소리 다섯바탕 중 '수궁가'(10월 4∼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를 올린다.
유성준 바디를 대표 바디로 무용과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이 어우러지는 현대적 창극. 무엇보다 연출을 맡은 박병도 전주대 교수 특유의 작품 색깔인 대형무대의 스펙터클이 살아있어 유난히 고사성어와 속담, 한자어가 많이 쓰여 판소리로는 듣기 어려운 감이 있는 '수궁가'를 재밌게 감상할 수 있다. 박교수는 "등장인물의 환상적인 그룹핑과 음악적인 풍부한 볼륨감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시청각적인 감성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도립국악원 예술단 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원 98명과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 전공자 30여명과 판소리 전공자 10여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무대. 김영자 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이 작창을, 한상일 동국대 국악과 교수가 작곡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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