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들의 야습 올해는 허리를 크게다쳐 정원관리는 언감생심이고 의자에 앉아 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허리를 반듯이 세워야 하는 관계로 아내는 한 폭의 초상화를 보는 듯 하다고 놀린다. 그래도 몇 년간 동네 주변의 도로변이며 비탈진 곳이나 잡풀이 우거진 곳에 다.. 산자락 살기 2020.05.11
꿩이다, 꿩! 아침부터 쨍쨍한 햇빛이 오늘 하루 더위도 보통이 아니갔구나. 벌써 이러면 올 여름을 어찌 난단 말이냐! 화장실을 나오다 눈에 번쩍 띄는 것이, “꿩이다, 꿩!” 이층 너른 통 창을 통해 빤히 내려다 뵈는 억새밭에 붉은 뺨과 하얀 목이 선연한 장끼 한 마리가 먹이를 쪼고 있었다. 어찌 장.. 산자락 살기 2018.06.13
다탁, 돌을 품다 르네상스의 두 거장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는 모든 면에서 서로 대척점에 있어 흥미롭다. 그 중에 하나- 다 빈치가 예술엔 반드시 따라야 할 보편적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데 반해, 미켈란젤로는 그런 보편적 규칙이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작곡 전공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예외 없이 봉.. 산자락 살기 2018.05.24
호박은 멈춤을 모른다 내가 시골생활하면서 작물을 키워 본 것 중에 가장 재미를 보는 먹거리가 바로 호박이다. 얼치기 농부흉내인지라 모종이다, 거름이다 많은 돈을 들여도 소득은 별무이니 밑져도 보통 밑지는 장사가 아니지만 호박만은 그렇지 않다. 아침마다 순찰을 돌며 좀 의심스런 부분을 들춰보면 주.. 산자락 살기 2017.08.28
누구냐, 이 사람은? 시골 생활 25여년에 깨우치는 것이 적지 않지만 그중에 제일은 햇빛의 위대함이다. 식물들은 부지런하게 햇빛을 탐하여 한참 때는 어제 뜯어 먹은 상추가 이틀도 안 돼 다시 채취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지나 오이 같은 것은 것들은 쑥쑥 자라나는 속도가 보일 정도다. 우리가 먹는 밭.. 산자락 살기 2017.07.25
노루와 맞닥뜨리다 2004.12.19 어제는 너무나 뜻밖의 일을 목격하게 되어 이 얘기를 여러분께 전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군요.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오후의 감미로운 햇살을 즐기며 도끼로 장작을 패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길 위쪽에서 발굽가진 동물이 내닫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는 순간 그만 깜짝 놀라고 .. 산자락 살기 2004.12.19
엄마야 누나야 산골살자 “처음에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자연을 통한 감동으로 시도하셨고, 그 다음으로는 예술을 통하여 그 숨은 뜻을 전달하고자 하셨고, 맨 마지막으로 당신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우리에게 보내신 것이오. 그러므로 자연을 사랑하고 그 품에서 사는 생활.. 산자락 살기 200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