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막바지다. 오후 5시면 벌써 모악산 자락에서 어둠이 몰려와 동네를 삼키기 시작한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섬뜩한 냉기는 집집마다 서릿발 같은 위리안치를 쳐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격리시킨다. 배고픈 길냥이만 도둑처럼 돌담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언제나 이 시간이면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으로 차례차례 문단속한다. 하루의 빗장을 거는 것이다. 12월 메모난을 살펴보니 해야 할 일이 두 건만 남았다. 하나는 내년을 온통 이 일에 매달려야 할 작곡에 관한 계약 건이고 하나는 송구영신의 연례적 일정이다. 이렇게 2020년도 서서히 빗장을 걸 시간이 되었다. 올 한 해의 나를 돌이켜 보건데 무엇보다 가장 큰 사건은 소나무를 전지하다가 가지가 부러져 5미터 아래로 추락한 사건이다. 다행히 정신 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