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드디어 퇴원을 하다!

작곡가 지성호 2020. 4. 2. 17:31

꼭 한 달 만에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주말까지 있으라 했지만 봄이 밀려오는 바깥세상이 너무나 그리워 제발 빨리 나가고 싶다고 읍소를 했다.

집에 오는 길, 거리 풍경도 봄빛이 완연하다.

한 달 동안 주인 없는 집에 꽃들이 스스로 잘도 피었다.

목련과 앵두꽃, 살구꽃은 이미지고 진달래도 절정을 지나고 있다.




수선화와 꽃잔디는 만개하여 봄날을 구가하고 있다.

 



나를 떨어트렸던 소나무와 떨어진 자리를 살펴본다.

물리적으로 보면 꼭 떨어질 자리에 날이 선 정원석이 서 있건만 용케도 그 자리를 뛰어넘어 철쭉 밭 솔잎이 푹신하게 쌓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듯 떨어졌다.



만약에 5미터 높이에서 그 뾰족한 바위에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생각할수록 끔직하다

바위와 떨어진 자리와의 거리에 어떤 보이지 않은 힘이 작용한 것이다.



수술을 끝내고 혈압이 85로 떨어져 악몽 같던 중환자실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심장부근에 삽입한 관 언저리에서 흘러나온 피를 닦아내며 젊디젊은 남자 간호사가 말했다. “어르신, 나가시면 다시는 이곳에 오지마세요.”

퇴원하는 날, 회진 온 담당 의사선생님은 꼭 하반신 마비인데 이렇게 걸어 나가시니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십 시요!”

두 분의 말씀이 새록새록 가슴에 스민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기도와 염려가 있었다.

하나님은 나를 긍휼이 여겨 작곡과 글을 쓸 수 있는 머리와 손과, 아직 재활훈련이 남아있지만 거동할 수 있는 다리를 온전케 하셨다.

남은여생, 더 좋은 곡과 더 좋은 글을 쓰라는 명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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