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인터뷰] 수입오페라에 밀린 성악가들, 한국오페라로 뭉친다
수입오페라 몰려와 총체적 위기 상황
탁계석/음악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
웰빙코리아뉴스
10일 저녁 오후 8시. ‘우리 오페라 우리 아리아’가 열리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창작 오페라 두 편의 리허설을 하고는 있지만 극장에서 만난 연출가, 지휘자, 음악감독은 얼굴이 어두웠다.
음악평론가이며 본지 칼럼니스트인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탁계석회장
벼랑 끝 입장이 되어 버린 성악가들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는 한계 상황이란 것이다.
근자에 문화 소비자들의 명품 심리가 실제 인터넷 마케팅 등에서 호조를 보이자 너나 할 것 없이 이태리, 유럽 등 외국 오페라 가수를 선호하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비단 가수뿐만 아니라 지휘, 연출, 무대감독. 무대미술이 총 시스템을 갖추어 국내 진출을 하고 있는 실정. 올해 베르디, 바그너 탄생 200주년의 해여서 초연이나 우리가 제작능력이 부족한 바그너 작품에서 이같은 성향은 더욱 뚜렷하다.
오페라 서양 것인 만큼 우리가 부족한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국립오페라단, 시립오페라단 마저 국내 가수와 제작진을 홀대할 경우 머지않아 문화식민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
관객의 외국 가수 선호와 제작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국내 인프라가 죽게 되면 결국 오페라가 황폐화 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철원 연출가(왼쪽)와 손정희 제작감독(오른쪽)
우리 오페라 경쟁력 확보해야 성악가 살 수 있어
손정희 제작감독: ‘우리 오페라 우리 아리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창작 활성화 고정 프로그램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만의 열정이자 과정입니다. 성악가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 아리아를 평소 음악회에서 부르지 않거든요.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프로필 자랑하고 배워 온 것 뽐내는 시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위기라 말하기 전에 좀 생각들을 하고 살아야 한 다는 겁니다.
이일구 지휘자: 저 만큼 창작 오페라를 많이 한 지휘자도 없을 겁니다. 30여 작품 이상했으니 대다수의 초연 작품이 저를 통해 탄생했지요. 이제 우리 오페라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작품을 잘 쓰는 작곡가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좋은 작품이 꽤 있거든요. 우리가 스스로 우리 밭을 가꾸지 않고 남이 밭을 갈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책임한 것입니다.
정철원 연출가: 저는 원래 연극 쪽에 있다 오페라로 오게 되었는데 이 지휘자나 손 감독 못지않게 창작을 많이 했습니다.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연출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이 모든 것이 관객을 위한 것이니까요.
실제 잘 만들어진 한국 창작 오페라는 외국 오페라의 이해 부족보다 훨씬 소통이 원활하고 우리 정서란 게 뭔가 하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이일구 지휘자: 저도 창작이 단번에 우수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몇 번씩 무대에 올리면서 놀랍게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도 생겼고 전업 오페라만 작곡하고 창작만 다루는 호남오페라단이 10작품이나 만들 만큼 소신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정철원 연출가: 오늘 공연하는 ‘시집가는 날’(임준희 작곡)이나 ‘에밀레 그 천년의 울음’ (진영민 작곡), ‘흥부 놀부’(지성호 작곡), 메밀꽃 필 무렵(우종억 작곡) 등 우수한 작품들은 세계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로 얼마든 키워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지원이 초연에만 되고 이후는 나 몰라라 한다는 겁니다. 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투자의 연속성이 없는 것이니 매몰비용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이 공공지원의 한계입니다.
손정희 제작감독: 성악가들이 수많은 오페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창작만 전문한 지휘자와 연출가가 작품을 검증하고 무대에 계속해서 올리면 분명 우리 창작 희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를 둘러싼 편견과 시대착오적인 예술마인드가 음악계 내부에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 만큼 창작 오페라를 많이 한 지휘자도 없을 겁니다"라 말하는 이일구 지휘자
이일구 지휘자: 탁선생님께서 오페라 전문가이시고 누구보다 창작에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온 만큼 설 무대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 개척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오페라하우스 정체성 찾고 역발상 오페라 운동 전개해야
탁계석 평론가: 중앙무대에서 부러워하는 독립된 오페라하우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심각한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대구오페라는 강력한 뉴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강한 힘’이란 다름 아닌 전문성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제일 중요시 하는 것도 전문성 아닙니까. 뛰어난 성악가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고 창작 전문 지휘자, 연출가. 제작감독이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새 출발 하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기 와서 ‘아하 오페라’가 오페라하우스 프로그램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민 혈세가 들어간 브랜드 콘텐츠 프로그램을 설명도 없이 끌어내리는 것은 직무상 위헌이죠.
이런 것에 음악가들이 벙어리가 된 체 의의 제기를 못하니까 시민문화수준도 늘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태리 같은 데서는 예술감독만 바뀌어도 카페에서 커피마시면서 입방아가 대단하거든요.
수 십 년 씩 오페라 본 매니아들이 잘못된 것에 가차 없는 비판을 하니까 경제는 어려워도 예술은 흔들리지 않는 겁니다. 이런 곳에서는 市長(시장)도 시민들 눈치를 보고 당연히 문화이해 수준이 높지요.
외국인들 한국 오페라에 환호 공공지원기관 달라져야
손정희 예술감독: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 과거를 무조건 부정하고 전임자의 것을 덮는 시행착오는 그만해야죠, 솔직히 우리가 정치가는 아니지 않습니까.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하는 것 못지않게 지속성장 가능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정철원 연출가: 이제는 한류를 타고 우리 오페라 상품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 오페라 보면서 놀라는 것을 많이 보았거든요. 특히 우리의 풍속이 들어가 있는 것은 눈으로 보면서도 원더풀이라고 하니까요.
탁계석 평론가: 우리말에 아쉬운 사람이 샘 판다고 목마른 사람부터 삽 한 자루씩 들고 나와 그 옛날 새마을 운동하듯이 우리 오페라 운동해야 성악가들 살길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역이 근대화 과정에서 새마을 운동 뿐만 아니라 국책보상운동 등 고집스럽게 밀어 붙이는 기질이 있으니 그런 독립군 기질이 있는 예술가들이 나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일구 지휘자: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네트워크이신 탁선생님께서 좀 이끌어 주신다면 저희들은 따르겠습니다.
탁계석: 저는 30년 이상 현장을 뛰면서 자리에 응모서류 한번 내어 본적이 없어요. 공공에 있는 사람 역할이 있고 필드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러나 너무 억망이예요. 이렇게 해서는 새 정부의 문화융성 기대하기 힘들죠. 문화를 이렇게 전면에 내세운 적이 없기에 우리문화인들도 힘을 보태야 합니다. 전국을 돌며 한번 체크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입니다.
뜻이 바르고 길이 옳다면 세우는 것은 하늘에 맡기는 자세로 일한다면 세계 최강의 한국 성악이 꽃 필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전쟁 중에도 오페라하우스 불을 꺼트리지 않고 가재도구를 팔아서 상처받은 영혼을 힐링한 독일국민들. 경제적 위기가 예술의 위기는 결코 아닙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위기인 것이죠.
리허설 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신 세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탁계석 ;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 K-클래식 뮤직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서울문화포럼위원.경기도문화정책위원,문화저널21 논설주간,웰빙코리아뉴스 칼럼니스트
정리 ; 장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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