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한 호남오페라단의 ‘달하 비취시오라’. | |
문명된 세계 각 국가와 주요 도시들은 각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창작오페라를 꾸준히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개를 보면, 첫 번째는 각 국가와 지역의 역사를 클래식 ‘공연예술(performing art)’이라는 무대 표현의 예술 형태에 담아 구성원들에게 기억을 시키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런 예술 창조 작업을 통해 각 국가와 각 지역의 정체성(identity)을 지키자는 것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 4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있었던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 정읍사’는 성공적이었다. 지역의 소중한 역사, 월아(소프라노 조현애)와 도림(테너 이동명)의 숭고한 사랑을 풍요로우면서도 정교하게 병렬시켜 나가던 이날 공연에서 가장 빛나고 있던 것은 작곡가 지성호의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음악이었다. 창의적 음악이 작품 흐름의 탄탄한 골격이 되며 관객들을 공연 내내 깊은 상념에 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김정수의 대본도 명쾌하기만 했다.
이일구가 섬세한 비트로 지휘하던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도 예술성 높게 이루어졌으며, 이제 국립합창단과 협연 등으로 서울에서도 자주 만나게 되는 전주시립합창단의 연주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특히 1막 1장에서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나”하며 이루던 연주 등은 전쟁의 참화를 생생하게 그리던 감동적인 합창 연주였다. 무대 장치도 각 장면의 흐름을 잘 따라가며 설득력 있게 표현되고 있었다. 특히 3막 이후에 사용되던 푸른 잎 덩굴나무 틈새로 태양 빛이 비치는 무대장치는 깊은 산골의 삶의 모습을 잘 상징해 표현하고 있었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의 무용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  | | ▲ 송종건 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 |
작품 종반부에 나와 명창 신정혜가 이루던 청순하고 서늘한 판소리 연주도 작품의 지역적 특성을 예술적으로 부각하면서 객석 모두를 깊은 감동에 빠져들게 했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아직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작품 초반의 일부 흐름이 좀 더 부드럽게 흘렀으면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 전체의 예술적 기품과 웅장함은 더 높여 나갔으면 했다. 작품 일부의 아리아와 4중창 등은 화음과 표현의 정교함과 입체감을 보완했으면 했다. 이런 몇 가지 ‘옥에 티’를 제외하면(사실 초연 창작 작품에 이런 ‘티’가 보이지 않으면 더 이상하다) 공연이 끝난 다음 전주 클래식 애호가들의 따뜻하고 큰 박수를 받은 이번 ‘달하 비취시오라, 정읍사’는 성공한 공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