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루갈다

지성호의 창작 오페라 루갈다

작곡가 지성호 2013. 12. 22. 01:41

리뷰 

                               
   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


‘인간’, ‘초월’, ‘존재’, ‘무한’, ‘영혼’, 등 절대적인 인간 근원의 본질과 갈등을 깊고 예리하게 천착하여, 객석을 꼼짝하지 못하고 무대에 집중시키고 있던 호남오페라단(단장 : 조장남)의 한국 창작오페라 <루갈다>(작곡 : 지성호, 연출 : 김홍승) 공연이 지난 10월 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있었다.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평생 동정으로 산다’는 동정부부 유요한과 이루갈다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성공적으로 노래하고 형상화시키고 있던 이 공연은, 공연 내내 ‘나약한 인간들인’ 우리 객석 관객들을 깊은 사색으로 이끌고 가며, 세속의 늪에서 길어 올리는 한 줄기 시원하고 청량한 맑은 샘물이 되고 있었다.




작품 성공의 이유를 찾아보면 우선 첫째로 무엇보다도 ‘결혼식을 올리되 서로 남매처럼 평생 동정을 지키며 살다가 순교한다’는 주제가 확연했다. 흔히 서양 오페라에서 가장 운명적인 스토리 중 하나로 알려진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에서의 운명보다, 더 운명적인 삶과 사랑을 작품을 통해 그려나갔다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일생을 동정으로 살아야 한다는 오페라 ‘루갈다’에서의 운명은, 결혼을 반대하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를 우연히 총의 오발로 인해 살해하여 평생을 쫓기는,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에서의 운명 보다 더 잔인하고 운명적일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연출과 안무까지 미리 감안하고 있던 입체적인 음악의 작곡이 매혹적이었다는 것이다.




예술적 표현이 넘치던 지성호의 음악은 사실은 이 오페라의 성공을 미리 예감케 하고 있었다. 물론 이 음악을 무대 위에서 정교하게 구현시키던 이일구 지휘의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연주도 뛰어났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요한과 루갈다의 순수한 영혼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형상화시킨 김홍승의 연출이 빛났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극 전개의 중요한 요소마다 나타나 깔끔한 움직임으로 정결한 이미지를 지켜나가던 품위 있는 장인숙의 안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4막 2장에서 도창의 애잔한 판소리 연주 속에 있었던 전주 널마루무용단의 8명의 여인들의 안개 속의 섬세한 움직임은 신비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는, 사실은 이번 오페라 성공의 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역들의 뛰어난 연기와 연주가 있었다는 것이다. 루갈다 박현주의 연주는 명쾌하면서도 맑기만 했다. 요한 이규철의 연주도 청량하고 싱그러운 울림을 이루고 있었다. 주신부 조상현의 아리아 ‘오, 주님 저들을 용서해주십시오’도 표현력 있게 이루어졌다. 특히 작품 곳곳의 의미를 탄탄하게 이어나가던 형관 이대범의 두텁고 실감 나는 연주와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또한 전주시립합창단(상임지휘 : 김철)의 맑고 웅장한 합창도 오페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동안 호남오페라단은 ‘지역적 소재 발굴과 오페라의 토착화’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래서 이제 호남오페라단은 우리나라 오페라계에서 ‘창작오페라 분야에서만큼은 우리나라 최고의 업적을 축적한 단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루갈다’ 공연은 이제 곧 서울 공연을 거쳐, 내년 7월 이태리 공연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평자의 생각으로는 보편적 인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고 있는 이번 작품의 공연은 서울 관객들뿐만 아니라 이태리 등 서구 공연에서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가장 완고한 전통적 유교 관습을 타파하고 자신들의 서양의 종교가 한국에 전파되는 피비린내 나는 과정이 완벽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sjkd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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