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5년간의 인연

작곡가 지성호 2013. 12. 4. 13:01

 

15년간의 인연이다.

마당 한 귀퉁이 오갈 적마다 눈길을 주던 곳이다.

그런데 오늘 휑하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폴짝 폴짝 뛰며 반가움을 표시하던 똘똘이....

그놈은 앞산 양지 바른 곳에 묻혔다.

천수를 다하고 본래적인 곳으로 돌아갔다.

어제 아침, 아내가 언제나 그런 것처럼

똘똘이의 밥과 물을 주기 위해 마당에 나갔다.

이내 다급한 목소리로 똘똘이가 불러도 응답이 없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그놈의 죽음을 인지하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쿵하고 무너졌다.

2013년 12월 4일

이날은 유난히 햇살 좋고 포근했다.

15년간 그를 억압했던 목줄을 풀고

이미 굳어버린 주검을 박스에 수습했다.

그의 평생의 굴레, 멍에에 엉킨 털 오라기를 보는 마음이 애잔하기 그지없다.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앞산 양지바른 곳을 향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맘이 편할 것 같았다.

굳은 땅을 제법 깊숙이 파내는 난데없는 노동에 심장이 터질듯 가뻐왔다.

양광을 향해 비탈진 소나무 숲의 경계부분,

초겨울의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죽음을 생각했다.

산자가 엄숙한 장례절차를 만든 것은 다 산자를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의식을 통해 산자는 또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후회도 밀려왔다.

이틀 전부터 똘똘이의 이상행동을 알아챘어야 했다.

불러도 시큰 둥하고 눈물이 크렁한 눈에 초점이 없었다.

그러나 사료를 먹었기 때문에 별일 없을 줄 알았다.

한 이틀, 평생을 옥죈 목줄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놓아주었더라면....

돌아오는 길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자고 아내가 말했다.

비록 미물이래도 쌓인 인연을 끊기가 이리도 아픔 일 줄이야....

 

 

 

                                              똘똘이가 머물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