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오페라 페스티벌’ 공연작. |
‘팜므 파탈’ 살로메·델릴라
‘동정 서약’ 루갈다
버림받은 나비부인 초초…
여성 캐릭터 앞세운 작품 5편
유럽 오페라 거장 무대도
치명적 유혹녀, 순교한 동정녀, 배신당한 여성, 배신한 여성 그리고 인습에 맞서 사랑을 쟁취한 여성. 뚜렷한 개성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5색 여성캐릭터를 앞세운 오페라 5편이 5월의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5회를 맞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5월2일~6월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 치명적 유혹녀 살로메
살로메만큼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한 팜 파탈이 있을까. 살로메는 19세기 말 상징주의 예술가들이 만든 치명적인 매력의 유혹녀다. 자신의 욕망에 가장 충실한 살로메는 그 욕망 때문에 상대 남성과 자신을 파탄으로 몰아넣는다. 성서에 나오는 유대왕 헤롯의 의붓딸 살로메는 세례자 요한의 목을 얻기 위해 헤롯을 유혹한다. 그가 부르는 ‘일곱 개 베일의 춤’, 잘린 요한의 목에 입맞추는 장면에 나오는 ‘아, 나는 당신 입술에 키스했어’ 등은 욕망의 광기를 표현한 아리아로 유명하다.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돌을 맞아 올리는 <살로메>(5월2~4일, 한국오페라단)는 빼어난 음악적 기교와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선정성과 충격적인 무대로 한국에서 좀체 보기 힘든 작품이다. 연출은 이탈리아 로마 오페라극장과 베로나 야외극장 연출가 마우리지오 디 마티아가 맡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페스티벌’ 공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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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가 부나방처럼 자기 욕망을 좇다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면, 신앙의 힘으로 욕망을 꽁꽁 동여맨 순교자의 삶도 있다. 1802년 천주교 박해 때 참수형을 받고 이슬처럼 사라진 이순이(세례명 루갈다)는 성직자가 아닌 일반신자이면서도 남편과 함께 동정서약을 했다. 이순이는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욕망이 넘쳐나는 ‘정신적 배교’의 시대에 신념을 지키려 목숨을 거는 의지의 인간형을 보여준다.
지성호 작곡의 창작오페라 <루갈다>(5월9~11일, 호남오페라단)는 판소리 형식을 접목해 서구식 오페라의 생경한 분위기 대신 19세기 조선에 어울리는 우리 음악의 정서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창단 이후 15년 동안 9편의 창작오페라를 제작한 호남오페라단은 지난해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루갈다>를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페스티벌’ 공연작. |
■ 배신당한 여성 초초
게이샤 출신 초초(일본어로 나비라는 뜻)는 미국 해군장교와 결혼하지만, 남편은 초초를 일시적 쾌락대상으로 여긴다. 미국으로 간 남편을 기다리던 사무라이의 딸 초초는 끝내 자결한다. 배신을 확인한 순간 단번에 목숨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서구인을 매료시킨 일본의 ‘국화와 칼’ 문화다.
푸치니의 최고걸작 <나비부인>(5월16~18일,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유럽 오페라계의 거장 마르코 발데리가 지휘를 맡고, 푸치니페스티벌의 예술총감독을 지낸 다니엘레 드 플라노가 관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 배신한 여성 델릴라
“날 두고 누구와 사랑을 속삭이나!” 조영남이 번안해 부른 <딜라일라>는 곧 성서에 나오는 배신녀 델릴라다. 그는 삼손을 유혹해 괴력의 원동력인 머리카락을 자르도록 한다. 델릴라는 기본적으로 살로메와 같이 치명적 유혹녀의 성격을 지닌다.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5월23~25일,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는 2011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체코 프라하 스테트니 오페라극장과의 자매결연 10돌을 기념해 이번에 새롭게 무대에 올린다. 지휘자 지리 미쿨라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와 유럽, 미국 등지의 명문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 사랑을 쟁취한 여성 서향
명문가의 딸 서향은 부모가 점찍은 맹진사의 아들 몽완과의 혼사가 탐탁잖다. 서향은 몸종으로 신분을 숨겨 상대를 만나기로 하는데, 몽완도 마찬가지로 몸종으로 위장한다. ‘위장 몸종’끼리 사랑에 빠지면서, 이런 사실을 모르는 양가 부모는 “몸종과 사랑에 빠졌다”며 파혼을 외친다. 원작 <맹진사댁 경사>를 비튼 <천생연분>의 결말은 이들이 신분을 감추었음에도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것.
임준희 작곡의 <천생연분>(5월31일~6월1일, 국립오페라단)은 공연계의 명콤비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부부가 만든 한국적 미학의 창작오페라다. 이에 앞서 국립오페라단은 이달 24~27일 예술의전당에서 <라트라비아타>를 올린다.
참여작 5편은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며, 페스티벌 기간인 5월17일에는 신세계스퀘어 야외공연장에서 ‘김동규와 함께하는 유쾌한 오페라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무료로 펼친다. (02)580-1300.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