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직 드라마 ‘녹두꽃이 피리라’는 순수한 공연예술적 성과를 바라기 보다는 개교 60주년에 즈음한 의미 있는 기념비적 작품을 올리는데 그 모멘텀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환갑잔치는 잔치로되 그저 먹고 마시는 잔치가 아니라 뭔가 지역과 연계된 정체성을 기반으로 60년을 뒤돌아보고 앞날을 비상하기 위한 대학의 결연한 의지 같은 것을 무대화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일관된 예술적 착상이 아니고 대학 구성원의 다양한 역량을 집대성하여 한 무대에 펼쳐보여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올려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공연이다.따라서 ‘녹두꽃이 피리라’는 순수공연예술물의 관점에서 보다는 이러한 배경을 전제로 이야기를 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먼저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놔두고 성패를 가늠할 수 없는 창작물을 가지고 뮤직 드라마라는 생소한 지평을 개척하려한 기획의도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공연내용도 초연치고는 이만하면 훌륭했다는 총평을 하고 싶다.이정도 규모의 창작무대라면 아무리 전문 연주단체라도 작곡단계 부터 공연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필자가 알기로 그 절반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만한 무대를 올릴 수 있다는 건 관련학과의 예술적 역량이 탄탄하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그러나 좀 아쉽다면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서사적 담론 때문인지 제한된 시간동안에 혁명의 과정을 다 담으려다 보니 내레이션을 담당한 광대의 역할이 전봉준역 보다 더 돋보였다. 역사가 아니고 예술이기 위해선 캐릭터의 내면화가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음악내용상으로 본다면 이 작품을 굳이 ‘뮤직 드라마’라고 명명한데서 짐작할수 있듯이 오페라적 가치와 창극적 가치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잘 혼효시키기 위해 많은 고심과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나 두 분야의 이질적인 곡을 결합시킨 까닭으로 아쉬움이 노정되었다. 물론 제작기간이 워낙 촉박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작곡을 분담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오페라적 요소에서는 작곡자의 이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리아가 정서적으로 공감을 얻기에는 그 서정성이 건조해 보인다. 오페라는 소통과 공감을 도외시 할 수 없는 장르가 아닌가. 그러나 이 분야에 처음 뛰어든 처녀작임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작곡가임을 보여주었다. 창극적 분야에서는 대체로 무거운 양악쪽 음악을 친근하고 익숙한 선율과 익살로 이완시켜줘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으나 마당놀이 같은 데서는 약간의 절제와 승화가 필요해 보였다. 무대는 무대이지 마당이 아니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직 드라마 ‘녹두꽃이 피리라’는 농민들의 피끓는 함성만큼이나 학생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땀 냄새 물씬 나는 역동적인 무대였으며 이들의 들풀처럼 쑥 쑥 자라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자리였다. 사제동행으로 열연하는 교수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 퍼즐을 짜 맞추듯 각 영역들을 모나지 않게 한데 꿰어 무대에 올린 연출자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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