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및 리뷰

지성호의 창작오페라 '흥부와 놀부' 판소리 길도 열어

작곡가 지성호 2008. 9. 30. 21:33

 

 

 

                                                                             음악평론가 탁계석 http://musictak.blog.me/90035558598

                                                                                                                                2008/09/30 08:33

 

문턱 낮춘 국민들 모두 아는 오페라 소재

 

 

젖먹이도 다 아는 ‘흥부와 놀부’가 오페라로 태어났다. ‘흥부와 놀부’는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권선징악의 대표적인 구전동화로 판소리, 연극, 마당극 등 실로 다양한 형태의 변용이 있어왔다.

 

 

그럼에도 이번 오페라란 새 영역에 도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끈질긴 집념으로 매달려온 호남오페라단의 향토 소재 발굴 창작오페라 작업의 결실일 것이다. ‘녹두장군’, ‘동녘’, ‘춘향’, ‘쌍백합 요한 구갈다’, ‘서동과 선화공주’, ‘논개’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흥부와 놀부’와 눈이 맞은 것 같다.

 

 

9월 26일~28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무대에 오른 ‘흥부와 놀부’는 서양오페라에 적지 않은 심리적 거부감을 느껴오던 청중들로서는 비로써 주인의식을 가지고 볼만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리라.

 

 

김정수 대본, 지성호 작곡의 ‘흥부와 놀부’는 서양오페라의 틀에 판소리를 교묘하게 접목함으로써 대중성과 예술성을 잘 살려냈다. 이만하면 성공작이다. 전체 2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우리 전통이 구수하게 잘 녹아있고 대본의 줄거리도 순조로웠다. 무엇보다 오페라 최대의 걸림돌인 관객 소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적중한 것 같다.

 

 

전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 상품으로 키워야

 

 

작곡가의 능숙한 관현악 솜씨는 판소리의 창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만약 외국 공연을 한다면 서양 사람들에게도 비빔밥처럼 맛이 녹아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게 할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완창판소리를 듣게 하는 것보다 이런 맛뵈기를 보여주면서 끌어들이는 전략이라면 ‘흥부와 놀부’의 세계화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요즈음 말로 전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문화상품 가치가 있다.

 

 

덤으로 이번 작품엔 우리 서민의 정서가 잘 녹아든 합창곡이 많았다. 더 정리가 필요하다면 홍보, 놀부 아리아가 좀 더 선율미를 살렸으면 한다. 그 아네들과 벌이는 심리적 갈등도 더 음악 기술상의 코믹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극중의 품바타령은 마치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관객을 춤추게 하듯 소통에 절정감을 주었다. 적절한 예산이 투입된다면 무대 장치나 한국의상의 전시 효과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첫 술에 욕심은 금물. 민간의 노력에 의해 기본 틀이 잡힌 만큼 이제 市나 道가 어떤 자세를 갖느냐가 관건이다. 자칫 방심하는 사이 홍길동 캐릭터 싸움처럼 누가 흥부 박을 낚아채기라도 한다면 걱정 아닌가.

 

 

거창한 역사인물에서 벗어나는 계기되었으면

 

 

아무튼 한국오페라 60주년에 국민 누구나가 감상할 수 있는 문턱낮은 오페라가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거창한 역사인물에 집착해 온 것을 반성해야 하는데 이번 작품이 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오페라는 국내 공연을 해가면서 완성도를 높여 세계 진출 계획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 세계무대는 어렵다. 주역, 조역 가리지 않고 흥으로 하나 된 무대, 무대스텝과 출연진의 혼연일체가 관객의 즐거움으로 나타났다.

 

 

고진감래 (苦盡甘來), 모처럼 호남오페라단이 흥부의 ‘박씨’ 하나를 물은 것 같다.

 

 

이일구지휘자의 노련한 오케스트라 솜씨와 연출가 조승철의 열린 감각이 하나로 어우러진 멋진 무대였다. 오직 우리가락을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어온 호남오페라단의 일련의 작업들은 창작 오페라사에 큰 족적으로 남을 것 같다.

 

 

 

ⓒ문화저널21

 

 

홍부와 놀부

 

 

총감독 조장남

 

 

대본 김정수. 작곡 지성호

 

 

출연진

 

 

지휘:이일구 연출 조성구 합창지휘 김인재 부지휘 최창석 어린이합창 윤영문 안무 김명신

흥부: 하만택, 장경환, 김동명, 놀부: 김동식, 장성일, 오요한,

홍부처: 이경선 강호소 김정연 놀부처: 조성민, 이은선, 김경신,

도창:판소리 김금희, 마당쇠: 최재영 노인: 김관현 장군 서은영

각설이:이현준, 김성혁, 손은성, 나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