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별안간에 햇빛이 방안 깊숙이 환하게 찾아오고, 그렇게 대기는 할 수 있는 온갖 변덕을 다 부리며 이 강산에서 사라진 호랑이 장가가는 날을 상기시켰다. 오후 들어 비는 진눈깨비로 굵어지더니 기어코 눈으로 변해 나풀나풀 팔랑거리며 대지에 젖어 들었다. 지리산 악양 사는 박남준 시인의 전화가 왔다. 시낭송회가 있어 천안 가는 길에 우리 집에 들러 하룻밤 묵고 가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천안으로 이사와 100일 만에 밤 외출을 했다. 천안 불당동에 있는 인문서점 ‘가문비나무 아래’를 찾아드니 시를 사랑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박 시인과 인디언 수니라는 포크 가수의 콘서트를 경청하고 있었다. 천안은 나에게 아무런 연고도 없다. 따라서 천안 시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