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논개

논개 작곡후기

작곡가 지성호 2007. 10. 9. 11:59

작곡자 지 성 호

 

구약성서에 원래 인류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이것을 여러 개로 흩으심으로써 바벨탑 축조를 멈추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언어의 분리와 다양성은 저주가 아니라 은총이라는 이야길 하고자 함입니다.

글로벌주의가 확산되면서 영어가 열방 언어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도가 심각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종(種)이 다양해야 생태계가 건강 해지듯 문화의 참된 세계화란 표준화를 통한 일치가 아니라 나눔이고 소통이고 어우러짐이라 생각합니다,

호남오페라단이 어느 때 부턴가 토착 소재를 오페라화 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통하여 독자적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전국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많이 부족한( 진정 수사로서가 아니라...) 저에게 곡을 위촉한 배후를 곰곰 헤아려 보면 소재뿐만 아니라 음악적 내용도 토착성을 수용하여 단체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전국에, 세계에 도약하려는 의지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시대, 이 땅을 살아가는 작곡가들에게 주체성있는 음악을 생산하려는 고민은 가장 큰 화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저로서는 그 가장 좋은 방법을 모국어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문화가 언어를 바탕으로 하는 한, 모든 문화현상은 언어가 모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말하자면 오페라 <논개>는 우리말에 밀착된 레치타티보와 선율, 화성적 색채 그리고 정서까지도 토착화를 찾고자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소리꾼이 도창형식으로 들어오게 된 소이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회가 허락하면 소리꾼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일컬어 <판페라>도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판소리가 고리타분하고 박제화된 박물관의 예술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존재 가능한 예술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오페라 <논개>가 한국적 오페라의 지향에 조그만 징검다리가 됐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