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논개

판소리와 벨칸토의 대결

작곡가 지성호 2014. 10. 9. 12:54

한국오페라 60주년 기념축제 오페라 갈라콘서트가 2008921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성대하게 열렸었습니다.

이날 대한민국에 오페라가 도입된 이후 60년 동안의 기념비적 작품들이 갈라 형식으로 올려졌는데

창작 오페라 부분에서는 총 3편이 채택되었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제가 작곡한 오페라 <논개>도 이 3편의 반열에 낄 수 있었답니다.

이날 연주된 곡은 오페라 <논개> 2막중에서 진주성 싸움의 결전을 앞두고

죽기로 수성하려는 최경회 장군의 비장한 최후의 아리아 그칠 날 기약 없는 이 전쟁터하늘이시여를 엮어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하늘이시여는 좀 사연이 있습니다.

하늘이시여는 최경회 장군이 전투에서 사망하자

도창 판소리와 논개가 천도무친(天道無親)의 하늘을 우러르며 피를 토하듯 복수를 다짐하는 아리아입니다.

판소리에 이어지는 소프라노의 아리아는 선율도, 가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원래 이 부분은 판소리 도창이 부르는 것으로 작곡한 것인데요.

초연을 앞둔 연습 도중에 의욕이 충천한 논개역의 모 소프라노가

저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캐스트들 앞에서 일방적인 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이 아리아는 당연히 주역인 논개가 해야 한다고...

그러자 분개한 판소리꾼도 팔을 걷어붙이고

 내 곡을 왜 논개가 뺏어 가느냐! 난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앙앙불락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외부인사까지 끼어들어 양악 대 국악의 대결국면으로 걷잡을 수 없게 일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없이 제가 곡을 수정하여 이 둘을 다 노래하게 만든 결과,

 생살을 저미듯 오장육부를 뒤틀어 내는 판소리 창법과 맑고 투명한 벨칸토 창법의 대결 양상으로 곡이 짜여진 것입니다.

이러자 소프라노 논개 쪽에서 계속 불평을 토로했습니다.

판소리는 마이크를 사용하여 음장감이 압도적이지만 바로 그 뒤를 이어 자연발성만으로 부르는 소프라노는

당연히 소리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소프라노가 본래대로 빠지는 방법외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기에 점차 소동은 가라않게 되었습니다.

어떻든 판소리와 소아쟁이 오케스트라를 끌고 가기 때문에 이 아리아는 국악적인 영향 하에 놓여 있습니다.

논개 역 소프라노는 일본군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중무장한 이들과 맞서서 죽기로 몸을 던져 열창할 수밖에요!

논개는 진주성에서 뿐만 아니라 오페라에서도 이렇게 고군분투를 합니다.

 (인코딩이 죽어도 안돼 할 수 없이 유투브로 링크 겁니다)

 http://youtu.be/KMd4mmpRJrk

 

 

작곡/지성호

대본/김정수

 

최경회/Ten:이성식

논개/Sop:고은영

도창/판소리:김금희

 

지휘/박은성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08.9.21.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