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장에 지붕이 없어 손님을 초대라도 할라치면 날씨 때문에 언제나 불안했었습니다.
그래, 벼르고 벼르다 일을 저질렀습니다.
8일 동안 혼자 힘만으로 지붕을 완성했네요.
완성된 모습. 지붕 위의 작은 지붕은 연기 배출구입니다.
어지간한 재료는 동네 건축자재 점에서 구입 했지만
월드컵 경기장 지나 성덕근처까지 가서 슁글을 구입해 승용차로 나르기도 하면서
짬짬이 공사를 했습니다.
때론 저녁 8시에나 일을 마치기도 했고요.
둘레의 나뭇가지 하나 다치지 않게 하려고 하다 보니 가지에 찔리고 긁히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네요.
지붕 재를 샌드위치 패널 벽체로 했는데요. 이게 경사가 제법 있어 굉장히 미끄럽습니다.
슁글을 입힐 때는 세 번이나 미끌어져 땅에 떨어지기도 했고요.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밤마다 온 몸이 아파 끙끙대며 전전긍긍했답니다.
그래도 새벽 두세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강의준비하고 편곡도 하고 본업에 조금치도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몸은 고달팠지만 완성해 놓고 보니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듯 전혀 낯설지 않아 보여 흐뭇합니다.
거리적 거린 다해서 저 모과나무 가지를 잘라냈다면 저렇게 고운 꽃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제가 이런 일을 한다면 좀처럼 믿지 않으려고 한답니다.
방안에 들어앉아 곡이나 쓰는 창백한 책상물림이라 생각합니다만
모르시는 말씀, 전 시골생활 22년 경력의 동네가 알아주는 선수예요.
시골 살려면 만능 맥가이버가 되어야 하지요.
이 요염한 놈들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고생이 많았답니다
저 은성한 모과나무 꽃그늘 아래 바비큐장이 있답니다.
마당 한 귀퉁이에 흰 모란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네요.
그러나 저 모란꽃, 얼마나 허망한지요.
빛나는 아름다움의 정점에서 무너지듯 잎을 떨구거든요.
꽃잎이 무너지다니요?
정말 그렇답니다. 김영랑 시인이 보증한 말입니다.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우리집 마당은 비로소 찬란한 슬픔의 봄을 여위고 여름의 문턱으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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