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북 들꽃시온교회 김영진 목사님은 예수 사랑을 교회 안에만 가둬 두거나 교인들끼리만 나누게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의 시야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 날로 팍팍해지고, 날로 쪼그라드는 농촌지역의 모든 사람들에게로 뜨겁게 향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지역사회의 건강한 생명목회를 꿈꾸는 요즘 보기 드문 목회자이지요. 그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친환경농업을 통해 생산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연결하는 부분에서 목사님의 활동력이 돋보인다 하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농촌도 살고 소비자도 사는 상생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김 목사님이 마치 무슨 농민 운동가같이 느껴지는데요, 교회 본연의 영성에 깊이 관심하면서도 예수 따르미로서의 실천의 자리는 교회를 통해 세상으로 향에 있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이것이야말로 세속을 하나님 나라로 변화시키는 교회의 진정한 세속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목사님의 지역민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은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유하게 하려는 문화사역에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민이라 해서 죽어라 땅만 파고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도시민 못지않은 문화도 향유하게하자는 것에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계시고 이것을 현실화시키는데 열정을 쏟고 있더군요.
문화사역이라니까 뭐 거창하고 추상적인 것들이 떠오르지만 알고 보면 소박하고 정겨운 것들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봄이 되면 마을 주변에 지천으로 피고 지는 들꽃들을 모아 들꽃축제를 여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찮게 지나치거나 때로는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꽃들도 가만 생각해보면 “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다만 하나의 몸짓으로” 만 방치된 꽃들이지 귀하고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조상들이 들꽃들의 생태적 특성이나 심상에 투영된 이미지에 따라 명명한 쥐 오줌풀, 말발도리, 벌개미취, 며느리 밑씻개 , 피뿌리풀, 거미줄 바위솔, 노루오줌 등등을 정성으로 이름 불러 모아놓고 보면 장미나 튤립보다 못할 리 없는 귀하디귀한 꽃이 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사실 꽃을 보는 마음들은 이 꽃을 통해 자연과 만물과 우주의 속내를 깊숙이 들여다보며 종국에는 하나님과 해후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더구나 봄에 피는 들꽃이라면 모진 겨울을 견디며 생명을 길어내 환하게 환희로 터지는 것들이라 여리지만 참으로 당찬 것들이지요. 이 꽃잎들에 고개 숙여 시선을 맞추고 심호흡하면 아득하고 그리운 것들이 스며듭니다. 고향을 상실한 도시민들의 강퍅해지고 무뎌진 심성들은 그렇게 넉넉해지고 흔연해지는 것이지요. 이처럼 들꽃을 빌미로 농촌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놀이도 하고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건강한 먹을거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판매로 연결하는 자리가 되는 겁니다.
며느리 밑씻개 꽃
말발도리 꽃
요란하고 뻑적지근한 축제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과연 이러한 축제랄 것도 없는 행사에 사람들이 올까요?
그게 그렇지 않답니다.
축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유명해져 ‘온새미로 축제’로 자리를 잡았고 저도 지난 가을에 가보니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더군요.
어제는 김 목사님이 저를 인근 대천시로 데려가 어마 무시한 커피 로스터기를 보여주시던데, 그 크기가 제 인식의 한계를 깨는 그야말로 서프라이스한 것이었답니다. 그리고는 이 로스터기의 주인이자 말통커피의 창업자이신 안대정 목사님이 직영하는 카페에서 향기로운 커피와 생과일주스를 대접받았습니다. 염치없게도....
이 생과일주스를 좀 설명 드리자면 이곳에서 생산된 유기농 과일과 유기농 우유를 믹서에 갈아낸 것으로 제가 먹어본 것 중 단연 최고의 퀄리티와 맛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지요? 제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양도 많아 마침 출출하던 차에 든든하기까지 하더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놀랍게도 2000원이라니, 도시의 카페에서 받는 가격과 정말 비교되는 값이지요!
믿기지 않아 여러 가지 궁금한 것들을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뇌리를 맴돌던 한 가지 의문점이 해소되었습니다. “왜 하필, 우리 농산물도 아닌 커피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안 목사님이 원래 커피 마니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커피열풍을 이용해 커피와 함께 따를 수밖에 없는 건강한 문화를 지역에 확산시키고 이를 매개로 지역 농축산물을 소비하려는 심려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가격도 엄청 착하게 그리 책정한 것이랍니다.
이 안 목사님은 원산도 어느 교회를 섬기시는 분이라는 것하고 불혹을 넘겼는데도 아직 총각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 유감이네요. 차차 안 목사님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에서 만든 명실상부한 최고의 로스터기 프로밧 (PROBAT)입니다.
이 작은(?) 로스터기도 같은 회사 제품인데 크기가 비교가 되네요. 그러나 로스팅 과정이 최적화되어 있어
로스팅의 처음과 끝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커피 본래의 맛을 잘 내게 해준답니다.
안 목사님이 실제로 로스터기를 가동해 보이시던데 소음이 딱 공장 기계 돌아가는 소리더군요.
연도를 통해 배출되는 연기도 보통이 아닌지라 시내 외곽에 자리 잡았답니다.
동네 분들이 구수한 커피냄새는 실컷 맡겠네요!
로스터기의 크기를 가늠해 보라고 김 목사님이 포즈를 취해 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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