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하는 사람으로서 홍대 일베 조형물과 그 파괴가 사회에 던진 파문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치열한 찬반의견이 반론과 반론으로 꼬리를 물고 전개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얻는 것도 많다.
한참 스크롤을 내리다 “그럼 서울 4년제와 지방대를 동급으로 보고 계세요? 마음에도 없는 위선부리며 말꼬리 잡지 마세요. 이 세상엔 합리적 차별이란 게 존재합니다” 라는 대목에서 그만 멈추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전후맥락은 이렇다. 상대방의 주장이 “서울 4년제 대학생이라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자 여기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고 급기야 저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 서울” 얘기다.
서양의 학파나 조선시대 문벌들을 보면 학벌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벌의 연줄로 강고하게 형성된 폐쇄적인 지배구조는 우리사회의 온갖 모순과 비리의 배양처가 되어왔다.
몇 해 전 한수원 원전 시험성적서 조작과 납품비리 사건은 이러한 학연이 만들어낸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이때 원전마피아라라는 신조어가 생기더니 이제 해피아, 관피아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마피아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것이다. 그것뿐인가 <하바드, 스탠포드 천재소녀> 사건까지 우리사회의 학벌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은 학벌이 어느새 사회적 합의이자 신분을 확인하는 '증명서'로 작용하게 됐다.
음악계도 더하면 더했지 다를 바 없다. 요즘 같으면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대학교수가 될 수 없다. 왜? 일류대학 박사학위가 없으니까.
교회조차도 목사청빙과정에서 학벌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관문이고 교인들은 목사의 학벌을 자랑하고 다닌다. 요즘같으면 예수님이 재림하셔도 절대 대형교회의 목사가 될 수 없다. 왜? 가난한 목수 아들이니까.
어제는 베트남에서 돌아와 여독을 푸느라 길게 누워 T.V의 다큐물을 불러 보는데 강원도 어딘가 깊은 산속에서 독일인 부인과 묻혀 사는 학자가 무심코 하는 말이 비수와 같이 꽂혔다.
“ 학위를 하러 유학 갔어야 하는데 나는 공부를 하러 유학 갔다. 정말 세상물정을 몰랐던 것이다.”
대학교수가 되지 못한 패배자의 넋두리로 듣기에는 공명의 울림이 너무 컸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스완>에서 “소양 없는 학위는 재앙을 낳는다” 고 했다.
정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나위 새롭게 이어가기 (0) | 2016.10.03 |
|---|---|
| 방치된 죽음앞에서 (0) | 2016.06.23 |
| 청산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0) | 2016.06.01 |
| 교회의 세속화 (0) | 2016.05.24 |
| 인간이 하나님과 만나는 지점 (0) | 2016.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