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육박하는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올해는 때맞춰 비도 자주 내렸고 햇볕도 그 위력이 갑자기 강해져 풀들이 무서운 속도로 녹색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억새며 쑥이며 망초도 벌써 허리춤을 넘는다. 저 기세를 장마가 오기 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통제가 불가능하게 된다.
어제에 이어 오늘, 나는 내 집 울타리를 넘어 마을주변과 도로변의 잡초를 예초한다.
사소한 것을 다투는 비루한 삶이지만 이게 나의 초라한 공익사업이다.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예초기를 돌린다.
한참 일에 열중하다보면 예초기의 진동도 소음도 느껴지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날에 부딪혀 돌들이 튀고 땀범벅으로 눈도 쓰라리지만 마음속엔 고요가 찾아든다.
천지간에 나 홀로 외떨어진 듯 고독하기조차 한다.
집중과 몰입이 주는 신비함이다.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풀들을 뉘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부디 트럼프의 변덕과 김정은의 모사를 잠재워 한반도에 참된 평화가 찾아오라고.
그리하여 이제 7월이면 태어 날 손자와 그 세대들이 핵전쟁의 공포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날개 치며 살게 해달라고.
나이 먹은 사람으로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의 모순과 슬픈 유산을 후대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답답했다.
우리 운명을 우리가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귀에서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하는 약소국의 설움, 이제 끝내야 한다. 이 간절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외면하던 뉴스를 열심히 챙기며 상황전개에 가슴을 졸이는 나날이다.
무얼 해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럴바에는, 하고 나선 한 낮의 예초노동이다.
언젠가 우리 손자가 역사공부를 할 때 2018년을 물으면 이 할아버지는 분단조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고.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초하의 여름 한낮에 굵은 땀방울로 옷을 적시며 노동을 제물로 드리는 기도를 열심히 했노라고...
인내를 요하는 긴 작업구간이다. 스스로 설정한....
길섶, 샛노란 금계국 한 포기는 잡초와 구별하여 남겨둔다
빗자루로 베어 낸 풀을 쓰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이 또한 한걸음, 한 걸음 긴 호흡으로 쓸어 나간다
이렇게 하여 나의 간절한 기도는 끝이 났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 인 백일 (0) | 2018.11.03 |
---|---|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0) | 2018.07.26 |
재난에 대한 반응 (0) | 2018.02.07 |
차고(車庫)를 짓다 (0) | 2017.12.07 |
명옥헌 원림 (0) | 2017.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