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작곡가 지성호 2018. 7. 26. 02:40

이니야, 2018725일 오전 931분을 기억하자!

네가 우리에게 온 날이란다.

 

네가 날 할아버지로 만들었구나

많이 낯설지만 네가 어서 자라 날 그렇게 자꾸 자꾸 불러서 익숙하게 해주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난 널 바라본다.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들이 첫손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무슨 말도 떠오르지 않고 나는 네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울먹이는 것 같기도 하다가 이내 방싯 웃기도 하다가

너는 들끓는 세상 속에서 가장 예쁘고 순전한 모습으로

눈을 꼬옥 감은 채 여러 가지 표정을 짓는구나.

참으로 신기하고 신기롭구나!

너는 어느 별에서 우리에게 왔니?

강보에 쌓인 너는 너무나도 작아서 이 할애빈 안쓰럽구나.

너의 앞날을 축복한다!

네가 뱃속에 있을 때 너의 엄만 네 유별난 발길질 때문에 힘들었단다

초음파로 너를 엿보던 의사선생님도 네 발길질에 그만 기구를 떨구고 놀라더란다

그렇게 힘차게 세상을 살아가렴!

 


2018.8.13




아내가 몇십년을 해오던 염색을 중단했다. 

요즘 유행하는 탈 코르셋이 아니라 
며느리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할까말까 망설이던 염색을 중단한 것이다.
아마도 스스로 할머니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드리기로 한 모양이다.
그리하여 손자가 울 아내를 호호 백발 할머니로 만들었다. 
물론 나도 덩달아 할아버지가 되고...
이 묘하게 쓸쓸한 기분을 사람들은 어찌 알까?




이니야, 그렇게 팔베게를 하고 모른척 딴청만 부리지 말고
어디 대답해 보렴?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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