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막바지다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왔다가 간 마당이 휑하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결국 본래의 곳으로 가기 위해 그리도 밤잠 못자며 분투했던가
별 생각 없이 밖을 내다보다 그만 팔짱을 낀 채 오래도록 서 있는 나
밖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바라보지 않는 것도 아닌...
그저 질정 없는 상념들이 엉클어졌다가 흩어지는 내 안을 망연히 바라보는 것이다
요즘, 중대한 결심을 앞두고 자주 그런다
모가지여
모가지여
모가지여
우리 모두 다 돌아가는 사람들
작업을 위해 컴퓨터를 켠다
그닥 의욕이 생기지 않아 아들네가 올린 이니의 동영상을 플레이 시킨다
어린것의 머루알 같은 눈동자에 혼이 빠져든다
생명의 힘이 아이를 저렇게 키우는 것이다
이 진부한 삶속에 이보다 더한 감동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