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5월에 열리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올라가는 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 수정 작업 때문에 오로지 이일에 집중하느라 세상과 담을 쌓고 살고 있다.
원래 tv뉴스를 보지 않는 나지만 오늘 모처럼 온라인상에서 세상의 동태를 살피다가 심금을 울리는 뉴스 하나를 접했다.
바로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죽음이다.
그는 어이없게도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임교수와 일면식도 없는 내가 마음이 이리 안타까운데 유족은 얼마나 황망하고 억장이 무너질까.
임교수의 동생은 이 상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빠 없는 세상이 낯설고 정신없듯이 아이들과 언니는 더 큰 낯설음이 있지 않을 까 걱정” 이라고.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울컥 뜨거운 게 올라왔다.
전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된 임교수의 부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두고두고 고통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래 전 졸지에 형을 교통사고로 잃은 나와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겪어내는 응어리이기도하다.
그러나 고통에 반응하는 임교수 동생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
그녀는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를 향한 혐오가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읽어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가슴에 찡하는 전율이 왔다.
보통은 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울부짖으며 가해자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표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임교수 가족들은 달랐다.
어디서 저런 감정의 다스림과 통찰이 생기는 것일까?
이 비정하고 살벌한 세상에 임교수 가족에게 체화된 정신적 깊이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임교수의 죽음이 더욱 아깝고 안타깝다.
무슨 청와대 감찰관 김태우와 기재부 사무관 심재민 같은 전직들이 벌이는 혀를 차게 하는 뉴스와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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