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프로젝트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작곡가 지성호 2018. 10. 12. 08:30

#굿프로젝트 4일째.

열흘에 걸쳐 날마다 한 권씩 소개하는 #굿프로젝트 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모 교수의 강압에 의해 수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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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신서〉가 발행하는 책은 천구백 칠,팔십년대 무조건 사야하는 책 목록이었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나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등이 그것이다. 
특히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1974년에 <창비신서>가 출발하면서 그 1호 목록으로 등록된 책이다.
<창비신서>가 까닭없이 그 출발의 고고성을 이 책으로 했을리 만무하다. 
아무래도 그즈음의 대학가는 독재체제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의 거점이었고 소위 의식있는 지식인이라면 필독의 목록이었다. 
더구나 기술이나 기량이 아니라 진정한 예술을 하기 원한다면 더더욱 그랬다. 
난 인문계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었다.
“너 딴따라 한다면서? 
야, 그걸로 밥벌어먹고 살수있어?”
뭐, 대충 이런 질문이었다.
난 그때부터 먹고사니즘의 시각에서 조롱의 대상일뿐인 음악을 옹호하고 변명해야 할 절박성이 있었다. 
아무 존재감없는 내가 무슨 대단한 예술적 역량을 보여주는 바는 1도 없었고, 누가 나를 그렇게 하라고 등 떠민 바도 없었지만 내가 하는 음악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이러한 책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그러니까 스스로의 자존을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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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부터 방학이 되면 반드시 빈 배낭을 메고 서울로 올라가 종로서적을 거쳐 대한음악사를 순례하였다. 
서점에 온종일 서서 읽을만한 책을 고른다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팠다. 
돈을 아껴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사려고 겨우 짜장면-자장면으로 쓰면 성에 안찬다-으로 허기를 면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물 한 잔 못사먹었다.

천구백 팔,구십년대는 음악사회학과 민족주의음악의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사회사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음악은 저홀로 고고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생성시키는 사회 속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또한 사회와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천재적 작곡가 중심으로 기술되던 음악사도 이제 음악을 수용하는 수용자 입장에서 또는 사회적 맥락에서 기술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베토벤이 본래 천재라 베토벤이 된 것이 아니고 그 사회가 요구한 시대정신이 베토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음악은 천재적 영감의 소산이 아니라 사회적 생산품이 된다. 
따라서 그전에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악보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유통경로라든가, 연주자들의 훈련과 교육,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후원 제도등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좀, 아니, 많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회적 리얼리티로 그동안 믿어왔던 위대한 작곡가들의 신화를 낱낱이 분해해서
“너 아무것도 아니야. 너랑 나랑 다를바가 없어” 기어이 끄집어 내리는, 
그래서 내 믿음의 세계가 허구가 되는 불편함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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