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작곡가 지성호 2020. 7. 3. 04:39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소리내, 2020, 448쪽.

 

음악의 표현은 악보에 기보된 기호가 음향으로 구현되면서 현실화되지만, 소리라는 속성이 생성과 동시에 소멸하는 것인지라 일말의 자취도 없이 공기 중에 무화 돼 버리고 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자를 재료로 하는 문학보다 그 접근 방식이 쉽지 않는 이유가 되겠다. 더구나 클래식 음악은 오랜 세월 천재들이 일궈낸 무궁무진하면서도 구체성이 결여된 창조의 축적인지라 그 넓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고나는 물살의 연흔처럼 인간이 그리는 삶의 무늬라는 측면에서 음악과 문학이 다를 바가 없다. 이와 같이 모든 예술은 재료만 다를 뿐 표현의 궁극은 인간이 걸어간 삶의 무늬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이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가 된 연유이다.

저자 지성호는 그랜드 오페라를 7곡이나 작곡한 작곡가이다. 1부에서는 이러한 작곡가의 시선으로 음악가들의 사랑을 추적한다. 베토벤의 아델라이데를 프렐류드로하여 슈베르트에서 바그너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들의 생몰 연대를 순서로 기술하기는 하나 서사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관통하는 것은 음악가들의 사랑이다. 단테에게 베아트리체가, 페트라르카에게는 라우라가, 보카치오에게 피아메타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 문학이 가능했던 것처럼 작곡가들도 퍼내고 퍼내도 고갈되지 않은 영감의 배후에는 모두 ‘구원의 여인’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곡가의 뮤즈들은 사랑의 광기에 불을 지르거나 아니면 얼음 같은 이별로 작곡가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랑은 다 그렇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과정에서 작곡가들은 창작의욕을 자극받아 불후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사랑의 열정은 그게 성취든 좌절이든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고통도 슬픔도 시간 속에 용해되어 사함을 받는다. 그러나 예술가는 다르다. 예술가는 이 순간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저마다의 표현 수단으로 가장 심오하고 정치하게 기록하는 자다. 고통을 회피한다면 고통을 표현할 수 없다. 평탄하고 안락한 삶 속에선 천만 영혼의 심금을 울리는 공명의 파장을 일으킬 수 없다.”(본문에서 인용)

 

이와 같이 사랑은 작곡가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영감의 모티브를 공급해주는 샘과 같은 것이다.

2부에서는 좀 더 음악의 본질과 인간에 대해서 깊이 성찰한다.

여느 사람에게는 보통 지나쳐버리고 마는 신화(神話)나 철학적 담론과 같은 무형적인 것에서부터 서양의 유서 깊은 성당이나 초등학교 학동들이 부는 피리 같은 유형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다운 남다른 시각이 작용하여 그 기승전결을 깊이 있게 천착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전문적인 식견으로 독자를 지루하게 할 틈을 주지는 않는다. 무슨 수필이나 여행기 같이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서두에 넣어 글의 접근을 쉽게 하면서 어느덧 교양과 전문성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서사를 풀어가는 작가의 필력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작곡가 지성호가 평소 지향하는 예술관이 있다. 창조의 힘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만큼 예술가의 영혼은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예리하게 벼려져야 한다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인간이 겪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 하다못해 죽음까지라도 예술가만의 특별한 감수성으로 공감하는 예민한 촉각의 더듬이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갖춰야만 형용 불가능한 외부가 예술가를 통해 형용 가능한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가 펴낸 역작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를 읽어보면 그의 음악적 생애를 꾸준하게 관통하며 변함없는 예술혼을 일깨웠던 인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작가 소개

 

저자 지성호는 본래 작곡가이며 주로 전북대학에서 30여 년 동안 이론과 작곡을 강의했다. 그의 주된 작곡활동은 오페라와 같은 대형 총체예술 영역이다. 2002년 월드컵 기념 문화공연의 일환으로 전주시가 지성호에게 위촉한 대서사음악극 <혼불 (최명희 원작)>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여러 오페라 단으로부터 창작 오페라곡을 위촉 받기 시작했다. 그 첫 오페라가 백제 가요를 소재로 한 <정읍사>이다. 이후 지역적 소재를 가지고 오페라의 토착화에 단체의 명운을 건 (사)호남오페라단과 지속적으로 손을 잡고 창작오페라를 작곡하면서 호남오페라단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창작오페라 산실로 자리매김하는데 매진해왔다.

판소리적 요소와 융합된 지성호의 창작 오페라는 대개 창작오페라 공연이 1회로 끝이 나는 단발성인 것과는 달리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전주세계소리축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비롯한 경향 각지의 공연작으로 선정되는 등 꾸준히 공연이 지속되는 점이 주목된다.

지성호가 작곡한 여러 창작오페라 중에서 <흥부와 놀부>는 제3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소극장 부문 최우수상을, <논개>는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 연출가상. 최우수 가수상을 수상했고, <루갈다>는 국립오페라단 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대한민국 민간단체 오페라단 최고의 축제인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지금까지 10회의 연륜을 쌓는 동안 지성호의 창작오페라가 4편이나 선정된 것도 오페라 작곡가로서 지성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 작품들은 <논개(2011년, 호남오페라단)>, <루갈다(2014년, 호남오페라단> <흥부와 놀부(2018년, 코리아 아르츠 그룹)>, <달하 비취시오라(2019년, 호남오페라단)>이며 이들 작품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올려질 때마다 평단과 언론, 관객들로부터 상찬을 받은 바 있다.

학술적으로는 판소리 전공 김금희의 박사학위 논문 <판소리를 수용한 한국 창작오페라 연구 (2015,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판소리를 수용한 지성호의 오페라를 망라하여 집중 분석하였고, <달하 비취시오라>는 미국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 중인 오 근의 박사 논문이 “An Interpretational Analysis of Implied Traditional Korean Musical Elements in the Opera Dalha, Bichuishiora by Ji Sungho” 이란 제목으로 출간 되었으며 이 오페라 종막은 오 근의 지휘로 애리조나 심포니 오케스트에 의해 연주되었다.

수상경력으로는 전주시 예술상 음악부문 수상, 목정문화상 음악부문 수상, 한국 오페라 작곡가 베스트 10에 선정(비평가 그룹) 된 바 있다.

 

 

목차


프렐류드 - [아델라이데]

1부 음악과 사람

《겨울나그네》
이별의 왈츠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사랑은 환상이다
《라 보엠》
〈여행에의 초대〉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
바그너가 말하는 세 편의 낭만적 사랑


2부 음악과 사유

죽음을 이기는 음악
하프와 피리의 대결
피타고라스가 음악학자라고?
노트르담 대성당
산마르코 대성당
파리넬리
헤세 문학의 비밀
〈크로이처 소나타〉
바그너, 그 거대한 산맥
두 작곡가의 절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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