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고단한 강행군이 계속되었다.
누적된 피로가 더께더께 쌓여가는 느낌이다.
특히 눈언저리가 피곤의 집적 처이다.
새벽 2시경부터 작업을 하다 창밖이 검푸르게 번지는 어슴새벽 마당을 서성인다.
이때쯤이면 도로에 차량이 끊겨 동네는 적막강산이다.
어쩌다 외로운 차 한 대 도플러 효과를 증명하듯 피치를 높이다 사라진다.
밤을 꼬박 새운 가로등 불빛도 지쳐 나른하게 졸다 일순 맥을 놓아 버린다.
탁하고 스위치 내리는 소리를 듣는 듯하다.
동네 한 바퀴 어슬렁 돌다 들어서니 연꽃이 다투어 환하게 꽃등을 밝혔다.
저 겹겹이 포개진 신비에 오래도록 눈을 맞춘다.
꽃심을 따라 아득하고 먼 곳 영원한 나라를 들여다본다,
저 짙고 옅음, 깊고 엷음의 섬세함이라니!
곱게 그은 선이 아이의 볼에 비친 선연한 실 핏자국 같구나!
여린 꽃술을 제치고 깊숙이 알알이 박힌 황금보석을 빼낸 자리에 손가락을 걸고 비밀의 얼개를 열면 그곳이 열반의 피안?
어리는 향기를 탐한다. 매콤하고 달콤한 아득한 향기를...
연꽃은 이 시간에 봐야 가장 아름답다. 정오를 넘기면 벌써 봉우리를 닫고 색깔도 보잘 것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