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니 봄이 왔다. 나는 이 당연한 천리(天理)에 감격한다.
코끝이 싸한 아침에 비해 바람도 순해진 오후, 괜시리 해토(解土)한 땅을 뒤엎고 꽃모종이라도 하고픈 충동이 인다.
아내는 왼 종일 마당에 나가 바깥일에 몰두한다. 겨우내 방치된 정원을 구석구석 손보고 추위 속에서도 파랗게 올라온 잡초도 뽑아내고 ...
복수초, 산수유, 영춘화는 벌써 피었고 진달래, 목련도 꽃망울이 탱탱해진다.
나도 덩달아 일신명이 지펴 우편함도 새로 주문하여 세우고, 양수기도 손보고, 썩거나 부러진 나뭇가지도 쳐내고...
이것들을 소각장에 몰아놓고 불을 지핀다. 생솔가지가 섞여 짙은 연기가 맹렬한 기세로 올랐다가 허공에서 흩어진다.
갓 태어난 강아지가 냄새의 근원을 향해 코를 씰룩거리듯 난 알싸한 연기냄새를 킁킁거리며 봄을 호흡한다.
새로 단장한 우편함 뒤에 복수초 무리가 샛노랗다. 옛날 우편함자리엔 돌확을 화분으로 개조하여 올려놓았다.
저기다 무얼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