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17일 오후의 일정
이날 오후에는 말라가(Malaga)를 향하였다.
말라가- 막연하게 피카소의 고향이라는 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곳이 아니었지만 언젠가 TV의 다큐물에 소개된 말라가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버킷 리스트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 그러니까 내 관심은 말라가였지 그라나다에서 말라가로 가는 동안의 어떤 곳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차창 밖의 풍경일 뿐이었다.
그런데 미하스(Mijas)- 잠깐 동안의 들러봄 이었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나!
사실 우리 일행에 배부된 여행일정표에는 없는 곳이었지만 가이드의 재량이었던지 이곳에서 금쪽같은 몇 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권교수님 내외분과 합석으로 멋진 마차를 타고 미하스 일원을 둘러 보았다.
햇빛이 그리운 영국인들이 태양을 찾아 모여들어 보금자리를 틀었다는 동네는 수도원의 정갈한 앞 마당처럼 청신하였다. 은퇴 후의 안락한 텃자리를 찾아 햇빛 바른 곳을 찾아 헤매던 입향조들이 왜 이곳을 낙점했는지 충분히 수긍이 가는 곳이었다. 멀리 하늘과 맞닿은 지중해를 바라보고 제법 높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집들은 스패니쉬기와를 엊은 지붕을 빼고는 다 순백으로 칠해져 오후의 햇볕에 눈부셨다. 그들 사이에 집을 짓는 어떤 약속이 있었나 보다.
발굽소리 경쾌한 마차를 타고 지붕골이 가지런한 골목길을 달리는 기분은 어린아이와 같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언뜻 스치는 바람에 묻어나는 달콤한 꽃향내라니!
아, 얼마나 아늑한 풍경인가. 고통스런 삶의 무거운 책임에서 놓여나 멀리 바다가 짙푸르고 꽃은 피고 지고 새들이 노래하는 언덕에 편안히 기댄 이들의 노년은!
우리가 탔던 마차와 마부
동네 화장실. 남녀 구분도 플라멩고 춤꾼들로 장식해놨다. 기표의 지시성이 너무도 명료하다.
이 정도면 화장실도 구경거리로 충분하지 않은가?
지중해가 바라뵈는 작은 공원의 밴치. 대리석 조각맞춤으로 많은 정성이 들어뵌다.
멀리 바라뵈는 지중해!
이 난간으로 부터 해안까지는 직선거리로 7km, 표고는 428m의 차이가 있다.
난간에 턱을 괴고 한 없이 바다 먼곳을 바라보고싶다. 귀밑 흰머리를 날리며....
하늘과 땅과 바다에 충만한 노스탤지어!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세워진 페냐 성당(Ermita de la Virgen de la Pena).
일부는 바위를 뚫은 동굴이고 일부는 자연석으로 거칠게 쌓아 만든 성당이다. 저 시골 담처럼 정교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친밀감이 든다.
이 성당은 17세기에 세워졌단다.
내력은 성벽에 수백 년 넘게 성모 마리아상이 숨겨져 있다가 발견되어 그 터에 이 성모상을 안치하고 성당을 지었다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 한 이야기이다.
저 종루에 걸린 종소리를 듣고 싶었다.
멀리 지중해로부터 몰려드는 어둠이 이 언덕을 둘러쌀 때 종소리 땡그렁! 땡그렁! 울려 퍼지면 가난한 사람들, 구체적 감사가 없을지라도 왠지 모르게 옷깃을 여미며 고단한 하루를 감사하리라. 핏빛 노을 속에서...
소리는 생성과 동시에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존재를 남기지 않고 사라져 없어져버리는 것들이야말로 우리 영혼의 심금을 울릴 때가 많다.
음악은 이 덧없는 것을 재료로 존재한다.
미하스는 예로부터 당나귀가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한다. 지금은 관광객들의 차지가 되었지만....
우리가 타고 다녔던 관광버스
빨간 로고는 투우를 상징하는 것 같고 저 글씨는 어떻게 읽어야 하고 무슨 뜻일까를 생각했었다. 이태리어 처럼 스카디아라 발음할까?내리고 탈때마다 궁리했었지만 끝내 미완으로 그치고 말았다. 내 게으름 탓으로....
나중에 이 인상적인 미하스 마을을 검색해 보니 미하스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경부터라 한다. 로마시대 이전부터 자리 잡은 아주 오래된 마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이드가 말한 영국 사람들이 조성한 마을의 근거는 무엇일까? 내 나름대로 추측 건데 이 오래된 마을에 은퇴한 영국노인들이 햇빛을 찾아 한 집 두 집 찾아들어 제법 세를 형성하니 사람들이 영국인 마을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남해도의 독일인 마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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