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및 리뷰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

작곡가 지성호 2016. 11. 2.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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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
2016년 11월 02일 (수) 기고 desk@jjan.kr
  
▲ 팔리아치.
 

호남오페라단이 창단30주년을 기념하는 오페라를 더블 빌로 올렸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가 그것이다. 이미 이 두 오페라는 쌍으로 올려지는 관행으로 굳어져 카브/파그(Cav/Pag) 라는 이니셜로 압축되어 널리 통용되고 있다.

세익스피어가 ‘사랑을 분별력 없는 광기’라고 하더니 카브/파그의 열정과 증오 사이에는 파토스가 횡행한다. 치정에 으레 따라붙기 마련인 질투, 배신, 증오가 끝내는 살인으로 귀결되는 뻔한 내러티브가 베리즈모라는 표현수단에 실리면 극적인 감정들이 음악의 힘과 함께 상승하여 폭발적으로 청중을 숨죽이게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들은 의심과 불안의 숙명을 지니고 있다. 다른 수컷들이 영역을 침범하면 갈기를 세우고 목숨을 건다. 카브/파그의 무대 남부 이탈리아 마초들은 기질적으로 수컷근성이 유달리 가열하고 집요하다. 카브의 알피오도 그렇고 파그의 카니오도 그렇다.

카니오 역 이동명은 배역에 충분히 몰입하고 있었고 몸을 던져 내면의 고통으로 울부짖는다. “그래도 웃어라! 비록 그대의 가슴이 찢어질지라도… 코메디는 끝났다!” 작금의 국가적 현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절규로도 들렸다. 토니오 역의 장성일은 거구를 코끼리와 같이 뒤뚱거리며 프롤로그에서부터 큰 박수를 끌어낸다.

카브의 뚜릿뚜 한윤석은 역시 한윤석이다. 로라를 향한 가망 없는 사랑과 죽음을 예감하고 어머니 품에 목을 묻으며 술 때문이라 부르는 노래는 가슴에 스며든다.

뚜릿뚜에게 집착하는 산뚜짜 역 조현애는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소프라노다. 위촉 가수가 아닌 오디션 관문을 통해 무대에 섰기 때문에 그 역량이 궁금했는데 오페라 가수로 대성의 조짐이 보인다. 성량도 풍부하고 소리의 결도 뉘앙스가 풍부하다. 사랑에 상처받은 여인의 슬픔이 심금을 울린다.

지휘자 이일구는 다시없는 오페라 지휘자라는 생각을 더욱 굳혀 주었다. 같은 주제이나 이질적인 두 오페라를 잘 버무려 격렬한 사랑의 속성을 드러내 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만한 역량이 축적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호남오페라단이 일궈온 업적, 특히 창작오페라부분에서 만큼은 전국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동안의 과정이 눈물과 고난으로 점철된 30년이지만 앞으로라고 더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도처에 가시밭길이다. 경제논리가 판을 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이만한 단체가 그만 좌초해버리고 만다면 지역사회 문화적 역량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문화지원책이 분배의 공정성에 매몰돼 분산되기보다는 오히려 능력 있고 검증된 단체에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격조 높은 문화예술로 예향의 위상을 견인해야한다. 전북도나 전주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의 방법들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지성호 오페라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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