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및 리뷰

리뷰-뮤직씨어터 슈바빙 오페라 '나비부인'

작곡가 지성호 2017. 7. 1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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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 사진 제공=뮤직씨어터 슈바빙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주말, 뮤직씨어터 슈바빙(단장 이은희, 전북대 예술대학 음악과 교수)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려졌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오페라 <나비부인>은 비극이다. 각국을 떠도는 미 해군 핑커톤에게 여인은 그저 욕망의 대상일 뿐이다. 그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꼬드기는 달콤한 언어는 단지 사랑의 레시피이고 유희일 뿐이다.

그러나 핑커톤의 먹이를 공략하는 공허한 언어는 화인(火印)이 되어 초초상의 가슴에 사랑으로 각인된다. 끝내 농락당한 사랑의 배신에 초초상은 죽음으로 저항한다. 잔인한 사랑의 법칙이다. 진한 여운은 극장 문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저마다 ‘썸’ 타는 시대의 경거망동한 사랑에 대해 참구의 기회가 되지 않았을는지.

본제 역 이대혁은 짧은 순간에도 강렬하고 단호한 가창력으로 청중을 압도하여 인상적이었고, 고로 역 김진우와 스즈키 역 권소현도 역에 부합하는 몸짓과 안정된 톤으로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사플레스 역 김동식은 언제나 그렇듯 그 격조 있고 유려한 톤이 외교관 역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핑커톤 역 김재명은 여린듯하면서도 잘 정제된 고음이 듣는 사람을 시원하게 하였고, 초초상 역 이은희는 젊은이들의 달뜬 열정과 과장이 아닌 원숙하고 노련한 연기와 내밀한 가창을 보여주었다. 지휘자 최재영은 노련한 조련사로 오케스트라를 통제했고 오케스트라 역시 이에 부응하여 호연을 들려주었다.

무대는 조촐하였고 미장센은 빈 곳이 많아 이를 영상과 무용으로 보완하려 한 시도와 노력이 역력해 보였다.

본래 오페라라는 것이 콘서트와는 달라 무대설치와 복잡한 리허설 과정 등 무대 마련만도 며칠씩 소요되는 특성이 있고 이에 따른 비용도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다.

늘 하는 말이지만 될성부른 단체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무대공연작품 페스티벌’과 같이 소액 다건으로 쪼개져 백화점의 쇼윈도처럼 모양내기에만 급급하다면 오페라와 같은 총체 예술은 설 자리가 갈수록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총평하자면 예술적 감성과 열정을 가진 이 지역의 인재들을 모아 성숙한 지역 예술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웅지를 가지고 공연계에 뛰어든 뮤직씨어터 슈바빙 십 년의 노력이 이제 시도로서가 아니라 청중을 작품 속에 흔연하게 끌어들이고 몰입하게 하는 수준까지 성장한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소이이다.

·지성호 오페라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