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달 3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소현정 씨의 피아노 독주회. | |
소현정의 쇼팽을 들으면서 얼핏 떠오르는 생각- 쇼팽의 음악이 주는 우아하고 안타까운 노스탤지어, 감미롭게 속삭이다가도 폭풍처럼 몰아치는 격정을 만약 알파고가 연주한다면 과연 어떤 음악일까? 특히 계량할 수 없는 탬포 루바토라면?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가 2030년까지 현재의 대부분의 직업종이 사라지고 기계가 대체한다지만 쇼팽의 음악은 영원할 것이다.
첫 무대 마주르카에서 피아니스트 소현정은 물성인 건반에 영혼을 불어넣어 쇼팽의 음악을 한 음 한 음 정제된 음향으로 현실화 시키는데 고도의 집중과 몰입을 보여주었다. 나이로 보아 쇼팽이 주는 함정 즉, 지나친 에스프레시보나 루바토의 유혹에 현혹되기 쉬울 텐데도 절제의 미덕이 주는 평온함과 안정된 피아니즘을 보여주었다. 생각이 깃들인 멜로디 라인은 그런 만큼 감정에 휘둘리거나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다른 연주자들이 좀처럼 선택하지 않는 마주르카를 가지고 소현정이 왜 첫 스테이지를 마련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두 번째 무대 폴로네이즈 판타지에서도 소현정은 판타지적인 화려한 비루투오조적 기교를 지향하기보다는 내면적이며 시적인 격조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후반부, A부분으로 되돌아오면서 이어지는 포르티씨모조차도 최후의 궁극에 이르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는 놀라운 절제는 듣는 이에 따라선 다소 성에 차지 않게 들릴 수도 있겠다.
마지막 무대, 슈베르트 최후의 백조의 노래가 된 대곡 ‘피아노 소나타 21번’에서 소현정은 슈베르트답게 따라 흥얼거리고 싶을 정도로 노래하는 기악곡의 흐름을 유려하게 잘 표현했다. 떠도는 자의 고단함과 슬픔이 묻어나는 2악장의 애잔한 선율도 인상적이었다.
소현정의 피아니즘은 흥분하지 않고 감정의 기복을 잘 다스리는 노련함에 있다하겠다. 그녀는 포르테조차도 단호하고 웅장하지만 결코 고함치듯 외치지 않는다. 이런 면이 장점이면서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박에 혹하는 맛이 아니라 오래 묵혀두고 음미해야 진면목이 드러나는 깊은 맛이 있다는 말이다. |  | | ▲ 작곡가 지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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