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다 예쁜 꽃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싫어하진 않는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내는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맘때쯤이면 새벽 어스름에 밖에 나가 아침 밥 챙겨주는 것도 잃고 꽃가꾸기에 몰입한다.
이미 뜰은 더 이상 꽃 한 송이 심을 수 있는 곳이 없을 정도로 과포화 상태이다.
점점 동네 출입하는 도로변까지 꽃을 심더니 허리가 바짝 구부러진 할머니가 농사짓는 밭두렁도 예외 없이 꽃씨를 뿌려 키워냈다.
오늘 아침 할머니네 밭모퉁이를 지나는데 마아가렛이 무참하게 베어져 시들고 있었다.
이미 봉오리가 맺히고 성질 급한 놈들은 벌써 꽃송이를 피워냈기 때문에 할머니가 꽃인 줄 모를 리 없었다.
이 꽃들이 하얗게 무리지어 피면 지나가던 예술고 여학생들이 탄성을 지르며 꽃들을 배경으로, 아니면 꽃무더기 속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깔깔거리며 스스로 꽃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
“저 싱싱하고 거칠 것 없는 청춘들이 꽃을 저리도 예뻐한단 말인가!”
“저 마음이 바로 천사이지!”
바라보는 내 입가에 부처 같은 미소가 절로 오르며 아내가 참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 참혹하게 베어져 시들어가는 꽃대를 바라보며 은근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꽃들의 키가 잡초와 별로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그늘을 만들어 농사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혹 방해가 된다 해도 극히 일부분 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사정없이 낫으로 자른 그 성질머리라니....
시골생활에서 부딪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럴 때이다.
할머니가 한 여름 땡볕에 하루 종일 밭을 기며 농사일을 할 때는 지나갈 때마다 죄송스런 마음에 움츠러들곤 하다가도 잡초를 뽑아 흙덩이 째 도로 한가운데로 버려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량을 불편하게 할 때는 “ 아이고, 할머니!” 탄식이 절로 나왔었다.
가뜩이나 요즘은 선거철인지라 “저런 할머니들이 무턱대고 붓 뚜껑을 눌러 나라가 요 꼴이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