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뒤 쪽에 서있는 노악사
얼어붙은 손에 손풍금타기’
중학교 때던가 고등학교 때던가 확실치는 않지만 그때 부르던 가사가 지금도 떠오른다.
우리 때는 피아노가 너무 귀해 가정에서 피아노를 갖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별수 없이 도시락을 3교시에 까먹고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부리나케 음악실로 달려가 피아노를 연습하곤 했었다.
땡땡 언 겨울이면, 다른 친구들은 따뜻한 도서관에서 입시공부에 몰두했지만
나 홀로 냉기 끼치는 썰렁한 음악실에서 얼음장 같이 차가운 건반을 두들길라치면 금세 손가락이 곱아왔다.
호호 입김을 불고 손을 비비며 언 손을 녹이면 창백한 형광등은 파릿 떨면서 몸서리치곤 했었다.
추위에 쫓기듯 동동걸음치는 사람들은 얼어붙은 손에 손풍금 타는 노인에게 눈길조차 줄 여유가 없었다.
얼음바닥에 시린 맨발을 이리저리 비틀며 연주하는 노인 앞에 놓인 동전접시는 항상 비어있었고
주위엔 개들만 으르렁거리며 맴돌고 있었다.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야말로 세상을 진정 행복하게 하리라고 생각한다. 슬픔은 이해를 돕고 정신을 강하게 한다.”
슈베르트가 한 말이란다.
슬픔이 세상을 행복하게 하리란 말은 외국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이어지는 ‘슬픔은 이해를 돕고 정신을 강하게 한다는’ 말에서 행간을 짚어 짐작할 뿐이다.
애써 자위하는 슬픔의 유용성을....
31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슈베르트는 슬픔을 운명으로 하여 산 작곡가이다.
그는 슬픔을 녹여, 슬픔을 양식으로 하여 작품을 썼다.
"나는 밤마다 잠자리에 들때 ,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오직 어제의 슬픈 생각만이 다시 나를 찾아
옵니다"
겨울 나그네 24곡 전곡을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의 위촉으로 제가 편곡했습니다.
공연일시는 2017년 7월 9일(일) 5시고요, 장소는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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