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이 그리도 불었쌌더니
시간의 강물 속에 벚꽃도 흘러가고 개나리며 살구꽃 복숭아꽃도 흘러가고 철쭉이며 영산홍도 이울어 간다.
한낮이면 벌써 나른하게 늘어지는 요즘, 마가렛이 한창이다.
울 각시가 가꾸던 뜰 안의 마가렛 씨앗을 받아 일삼아 두해에 걸쳐 동네어귀에 열심히 흩뿌렸더니 사방에 꽃천지다.
나의 눈꼽만한 공익사업이다.
길 가는 어떤 이들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고개를 숙여 향기를 맡는다.
그러나 이 마가렛 꽃은 향기가 없다.
오히려 구린내 비슷한 악취가 난다.
잔뜩 향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뜨악한 표정을 짓기 마련이다.
사실,이 꽃은 마가렛이 아니다.
이 꽃의 정확한 이름은 샤스타데이지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신 순백의 꽃잎이 만년설을 이고 선 히말라야나 알프스의 설산을 연상시키는지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이라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순결한 자태만큼이나 향기 또한 고혹적일 것 같지만 코를 돌려 찡그릴 수밖에 없는 악취는 이율배반이다.
샤스타데이지와 마거리트는 꽃이 피는 시기뿐만 아니라 모양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샤스타데이지의 꽃잎은 길고 마거리트는 꽃잎이 좀 짧은 편이다.
가꾸는 입장에서 보자면 샤스타데이지는 노지 월동이 가능하여 한 번 뿌려놓으면 철마다 꽃을 볼 수 있어 관리가 수월하다.
그러나 마거리트는 내한성이 없어 노지에서 겨울을 나기 어려운 숙근초이다.
바라노니, 이 곳을 지나는 지친 사람들의 심성에 잠재된 아름다움을 환기시켜 잠시라도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도처에 널린 아름다움- 이것들이 내 존재를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