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주고,북중 개교100주년 음악회 행사가 있었다.
음악감독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성황리에 무사히 마쳤음을 감사한다.
이 행사에 동문들이 연어의 모천회귀처럼 찾아들었다.
가까이서, 멀리서, 하다못해 멀고 먼 타국에서도.
난 귀밑머리 하얀 동문들을 모아 합창단을 결성하였고 이들과 매주 12번의 연습을 할 때마다 군대시절이 자꾸만 상기되었다.
훈련을 마치고 뿔뿔이 임지로 흩어졌던 동기들이 34개월 만에 전역신고를 하기위해 본래의 부대로 모여든 광경을 말이다.
동기들은 훈련병 시절 빡빡머리에 군기가 바짝든 모습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 노련해지다 못해 헐렁한 모습으로 모여들어 밤새도록 짤짤이를 했었지.
그 지겨운 보초도 없고 불침번도 없는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며...
우리 삶도 다를 바 없겠다.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등졌다가 이제 늙은 삭신으로 긴 그림자를 끌고 고향에 되돌아 온 것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모교에 들어서면 도대체 짐작조차 못하게 변화일색이지만
그래도 체육관이나 유도장, 충혼탑 같은 것들이 고향집 대청마루 다듬잇돌이나 부뚜막처럼 모교의 냄새를 상기도 간직하고 있어 잠시 코끝이 시큰해진다.
누군가에는 그저 그런 학교의 모습이겠지만 6년을 드나든 나에게는 저 건물의 모퉁이 돌이며 유도장 우련 붉은 벽돌색조차도 정답고 특별해 뵌다.
그래, 수구초심 (首丘初心)!
여우도 죽을 때는 제 살던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모교를 찾는 발걸음은 오래전 상실한 것이나 두고 온 것에 대한 그리움이자 본래적 근원을 회복하고 싶은 ‘심정적 지향성의 발로’일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현상계의 만물은 다시 근원인 도로 복귀한다고 하였다.(反者,道之動).
이제 세상의 숱한 변방을 떠돌다 내 남은 목숨의 시간을 깨닫고 본래적인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천리를 깨닫는 나이이다.
때가되면 떨어져 대지로 되돌아가는 낙엽처럼 그렇게 악지르지 않고 조용히 순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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