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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고로 읽는 책

백우인 2020.8월 21일 라르고로 읽는 책 꼬마버섯에 사로잡혔다. 오후에 있을 책모임을 준비해야 하는데, 꼼짝 못하고 있다. '꼬마버섯'이라는 뜻의 슈밤멀은 슈 베르트의 별명이다. 아침부터 책을 펼쳐보는 게 아니었다. 이 책은 1부에서 음악과 사랑을 2부에서는 음악과 사유를 담고 있다. 목차를 보고 끌리는 페이 지부터 볼 생각이었다. 표지 제목에서 이미 감각인인 나의 후각을 자극했으니 내용물을 맛 볼 차례다. 언제나 그렇듯이 서문을 꼼꼼하게 보는 나는 초반부터 덫에 걸려 들었다. 베토벤의 가 언급되고 있으니 들어야 하고, 겨울나그네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슈베르트 이야기를 또 읽어야 했다. , 까지만 듣고 멈췄어야 했는데 늦었다. 벌써 를 또 듣고 있다. 이곡은 긴장시킨다.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급박하..

CNU창작오페라 중점사업단 제3차 학술대회

2020.10.30.(금)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대덕홀에서 CNU창작오페라 중점사업단 제3차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란 주제를 가지고 열띤 논의를 이어간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민국 창작오페라계의 실제적이고 화급한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최대 오페라 축제인 의 지난 10년간 창작오페라성적표는 배영주 사무국장(대한민국오페라발레축제추진단)의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위에서 표집된 것과 같이 2011년부터 시작된 에서 지난 10년간의 창작 그랜드 오페라는 모두 11편이고(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소극장용은 5편이 공연 되었다.(자유소극장) 이 중에서 김정수의 대본에 의한 지성호의 창작오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단연 압도적이다. 창작 그랜드 오페라의 경우 모두 11편 중 에서 3편이 지성호 작품이..

보도문 2020.11.04

생울타리를 깎다가...

노아의 홍수처럼 끝없이 쏟아 붓던 장마가 물러난 후 연일 불볕더위다. 눈부셔 실눈을 뜨고 바라봐야만 하는 하얀 마당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햇볕이 작열한다. 보기만 해도 목과 등이 따끔거린다. 한낮의 풍경은 숨죽인 정물화다. 얼기설기 얽히고 층층이 짙어진 메숲 그늘에 조용히 스며든 적막을 못 견뎌 매미울음소리 홀로 드높다. 이때가 시골살이의 단 고비다. 풀들은 베고 나서 뒤돌아서면 어느새 키를 넘는다. 지난번에 제멋대로 산발한 쥐똥나무 울타리를 92세의 아버님이 견디다 못해 전지를 하셨다. 허리가 아픈 나는 바라보고만 있자니 애가 탔다. 저러다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다. 다음번에는 허리가 두 동강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전지를 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어제는 마당의 잔디를 깎아줬고 오늘은 울타리며..

우리집 사계 2020.08.17

지성호선생님의 음악 에세이

차정식 교수 (소리내, 2020)는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지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 오페라 작곡가이다. 음악전공자, 특히 실기전문가는 독서내공이 일천하고 앎과 글에 취약하리라는 편견을 이 책은 통쾌하게 깨버린다. 저자의 풍성한 인문학적 지식과 감수성이 빚어내는 서구 클래식 음악천재들의 사랑과 사유 세계는 생짜배기 사람냄새를 풍기며 깊은 울림을 빚어낸다. 나 역시 클래식음악 애호가지만 이 책을 통해서 슈베르트와 쇼팽, 말러와 베를리오즈, 바그너와 푸치니 등이 사랑한 여인들과의 파란만장한 인연과, 그 틈새로 개입한 화가 클림트와 모딜리아니, 괴테와 보들레르 같은 문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등과 엮인 당대의 역동적인 인간관계를 비로소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또 모짜르트 신화화의 그늘 아래..

음악적 사색 2020.08.07

해거름에 잔디를 깎다

올해는 길고도 긴 장마였다. 추적추적 종일 내리거나 아니면 장대같이 쏟아 붓는 비로 무거운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와 연못에서 물비린내가 가실 날이 없었다. 오랜만에 비가 개니 수목들이 그토록 개운한 몸짓으로 짙은 녹색을 풀어 어두운 그늘을 만든다. 이로써 지루한 장마가 끝이 났나보다. 어젯 밤 산책길에 둥실 뜬 달을 반갑게 마주했었다. 오늘, 분꽃이 만개한 해거름에 벼르고 벼르던 마당의 잔디를 깎았다. 들쑥날쑥 더벅머리 같던 마당이 이발소를 막 갔다 온 아들내미 뒤통수같이 가지런하여 얼마나 보기 좋은지. 사실 다친 허리가 염려되어 잔디를 깎을 수 있을까 망설였지만,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지라 복대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잔디깎기 기계를 밀었다. 아직 땅이 물러 바퀴는 잘 구르지 않고 흘러내리는 땀으로..

우리집 사계 2020.08.03

베롱나무 그늘

아침에는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후 들어 거짓말같이 비가 갰다. 이런 날들이 벌서 며칠째 인지 모르겠다. 연못가 배롱나무가 붉은 꽃그늘을 드리웠다. 이 꽃이 피고 지고 백일동안 지속된다. 꽃이 완전히 질 때야 비로소 벼가 영그는 가을이 온다. 이 때문에 우리 어렸을 적 배고픈 시절에 배롱 꽃이 피는 동안에는 남의 집 출입을 삼가라고 어른들이 일렀었다. 피차 애면글면한 속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배롱나무 줄기는 이맘때쯤이면 표피가 터지며 벗겨진다. 그만큼 줄기가 굵어진 것이다. 이 갈라터진 모습이 보기 싫어 손으로 벗겨줄라치면 매끈하고 하얀 새살을 보여준다. 여인의 감춰진 속살을 보는듯하다. 이 때문에 근엄한 반가에서는 배롱나무 심기를 꺼려했단다. 이 말에 근거를 더하는 것이 나무줄기를 손으로 문지르면 여인..

우리집 사계 2020.07.31

아무도 모르게....

폭우에 쓰러진 분꽃더미를 지주를 박아 조심스럽게 세워 주었다. 이와 같이 돌이킬 수 없이 쓰러진 것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눈 한번 마주치진 않았지만 난데없이 한 사람을 떠나보낸 허망한 마음에 스며든 생각이다. 지금은 오후 5시, 분꽃이 닫혔던 꽃잎을 여는 시간이다. 꽃 모양은 그저 시골 시악시 같이 수수하지만 새벽이나 깊은 밤, 분꽃 주변에 고인 향은 얼마나 그윽한지! 옛날 남대문, 동대문은 시간 맞춰 열리고 닫혔다지만 요놈들은 절대로 꽃잎 벌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허리가 아직 완전하지 않는 나는 오후 시간이면 하릴없이 창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요놈들의 꽃잎 여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기도 했지만,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어느덧 꽃잎을 열고 “나 요로코롬 피어버렸슈!” ..

우리집 사계 2020.07.14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소리내, 2020, 448쪽. 음악의 표현은 악보에 기보된 기호가 음향으로 구현되면서 현실화되지만, 소리라는 속성이 생성과 동시에 소멸하는 것인지라 일말의 자취도 없이 공기 중에 무화 돼 버리고 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자를 재료로 하는 문학보다 그 접근 방식이 쉽지 않는 이유가 되겠다. 더구나 클래식 음악은 오랜 세월 천재들이 일궈낸 무궁무진하면서도 구체성이 결여된 창조의 축적인지라 그 넓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고나는 물살의 연흔처럼 인간이 그리는 삶의 무늬라는 측면에서 음악과 문학이 다를 바가 없다. 이와 같이 모든 예술은 재료만 다를 뿐 표현의 궁극은 인간이 걸어간 삶의 무늬이다. 이 때문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