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문

[기획] 항가리 예술인들의 올 작업 포부

작곡가 지성호 2004. 3. 3. 21:06

[기획] 항가리 예술인들의 올 작업 포부
2003년 03월 03일 (월) 새전북신문 webmaster@sjbnews.com
소문난 예술인들의 작업실을 엿보는 건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 한사람 불청객 대우를 하는 것도 아니련만, 웬지 작업에 방해를 끼치고야 말 것 같은 느낌에 덜컥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지 못하는 이 소심함이란. 이런 때 좋은 게 사진 핑계다. “작업하시는 사진 한컷 찍어야겠는데요". 집이라기 보단 잘 꾸며진 서양식 식당을 연상시키는 한국화가 이철량 교수의 집 외관은 웅장한 성 같다. 안주인의 바지런한 손놀림을 대변해주듯 곱게 싹 틔울 채비를 하고 있는 잔디와 나무를 박아 만든 담길을 따라 들어선 현관은 전면으로 나 있는 창 덕인지 꽤 밝다. 1층에서 2층까지 뚫려있는 그의 작업실. 집 전체의 1/3이 작업공간이다. 먹을 흡수하는 카페트가 마루 전체에 깔려있고, 여기저기 창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바닥에 엎드리거나 앉은 채로 작업에 몰두한다. “신학기라 바빠요. 올해 실력있는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오게 돼 기대가 크죠". 새 봄의 계획을 묻자 학교 얘기부터 끄집어낸다. 천상 선생이지 싶다. 올 봄 이 교수는 눈코 뜰새가 없다. 4월엔 국립현대미술관의 초대로 국내 유수의 작가들과 드로잉전을 열고 5월엔 롯데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이 잡혀있다. 그 뿐이 아니다. 6월에는 중국 섬서성 서안시의 서안대학과 대대적인 한·중 교류전을 추진중이다.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진시황릉이 있는 서안은 문화적·역사적으로 독특한 색채를 띄고 있는 곳으로 전통의 빛깔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는 전북지역과의 이번 교류는 의미가 깊다. 6월 8일과 25일 100여점이 넘는 작품이 중국와 한국을 오고 간다. “순수 기성작가들의 교류에요. 제가 직접 챙기고 있는 기획이죠. 100여명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교류전은 드물죠. 그런 의미에서도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어요". 너른 앞마당, 그림 같은 집. 2층엔 항가리 예술촌 사람들의 쉼터인 ‘풍경소리’가 자리한 작곡가 지성호 교수의 작업실은 정갈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맞닥뜨리는 시원한 창과 투박한 황토를 쌓아 만든 벽난로 그리고 별다른 장식물 없이 자연스레 꾸며놓은 거실과 방. 벽면이 온통 책으로 덮여있는 작업실 또한 주인장의 성격을 대변하듯 단아하다. 지난해 대서사음악극 ‘혼불’의 작곡을 맡아 자신의 열정을 온통 소진한 그. “그땐 하루 3시간을 겨우 자면서 어떻게 견뎠나 싶어요. ‘혼불’을 마무리 짓겠다는 일념하나로 버틴거죠. 지금 생각하면 참……". 혼불 작업 기간 내내 새벽까지 불을 밝히고 있던 탓에 이웃 예술인들로부터 ‘항가리의 불침번’이란 놀림을 받곤했었다. 올해 그는 또 한편의 오페라 곡 작업을 의뢰받았다. ‘정읍사’다. 벌써 몇차례 무대에 올려진 적 있는 곡이다 보니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에 고민이 많다. “늦어도 올 여름방학 때까진 곡을 완성할 참이에요. 새로운 곡을 만들고, 무대에 세우는 일은 제 평생의 업이니까요. 열심히 해야죠". 항가리 예술촌의 터줏대감 유휴열 화백. 그의 작업공간은 꾸밈이 없다. 집 뒷편을 작업창고로 개조했고, 다양한 작업의 특성상 마당과 작업실의 구분이 따로 없다. 드럼통 하나를 가져다 난로로 쓸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활동의 폭 넓은 그 역시 올 봄엔 일정이 빡빡하다. “3월엔 광주에서, 4월엔 서울에서 초대전이 각각 잡혀있고 늦여름쯤엔 미국 이민 100주년기념사업회 초청으로 뉴욕에 가요". 짬이 난다면 올 상반기 중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춤사위’ 조형전을 열고 싶은 게 욕심이란다. 전주를 넘어 전국으로, 다시 세계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지역 예술인들. 그들의 발자취가 힘차다. /이윤미기자 6milee@sjbnews.com